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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순직 동료 위해 55km 뛴 소방관들

입력 | 2025-12-02 03:00:00

故임성철 소방장 추모 119온트레일
제주 출동지~묘역 13명이 달려
“숭고한 희생 결코 잊지 않을 것”



고 임성철 소방장을 추모하는 ‘추모 메모리얼 트레일런’에 참가한 동료 소방관들이 1일 55km 구간을 완주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 소방장은 2023년 12월 서귀포시 표선면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진화 작업을 하던 중 붕괴한 구조물에 깔려 순직했다. 119온트레일 제공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성철아. 우리가 간다’고 생각하며 완주했습니다.”

1일 제주에서 열린 ‘119온트레일’ 달리기 행사에서 55km 풀코스를 뛴 이병준 제주동부소방서 소방사는 2년 전 화재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 고 임성철 소방장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전 임 소방장은 달리기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임 소방장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 소방관들이 그의 마지막 출동 근무지부터 영면한 묘역까지 55km를 달리는 행사를 열었다. 제주소방 트레일러닝 동호회 ‘119온트레일’은 이날 임 소방장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 메모리얼 트레일런’을 진행했다.

2019년 소방에 입문한 임 소방장은 2023년 12월 1일 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창고 앞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콘크리트 외벽이 붕괴해 떨어진 처마 잔해에 깔려 숨졌다. 임 소방장의 장례는 제주도장(葬)으로 엄수됐으며, 정부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사고 조사 결과 불이 난 창고는 1960∼70년대 목조 지붕에 콘크리트 처마를 덧대는 방식으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임 소방장을 덮친 처마의 충격량은 소방 방화 헬멧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최대 100배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후 제주소방은 도내 유사 구조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동료들은 임 소방장의 마지막 출동 근무지였던 서귀포시 옛 표선119센터에서 출발해, 그가 잠들어 있는 제주시 국립제주호국원까지 달렸다. 주자는 총 13명(풀코스 4명·릴레이 9명)이었고, 상황 관리·회복·보급을 위해 11명의 동료가 함께했다. 이들은 오전 5시 20분 달리기를 시작해 8시간 19분 53초 만에 호국원에 도착했다. 묘역에서는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임홍식 119온트레일 회장(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은 “그날의 기억은 잊고 싶지만 임 소방장의 숭고한 희생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임 소방장 외에도 제주에는 12명의 순직 소방공무원이 있다. 모두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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