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약선 생존자 사살 의혹, 전쟁 범죄” 美 공화당까지 조사 요구

입력 | 2025-12-02 03:00:00

9월 베네수엘라 선박 공격 과정… “헤그세스 국방이 사살 명령” 보도
美의회, 국방부 진상 규명 촉구… 트럼프, 엡스타인 이어 또 위기
“트럼프, 마두로에 망명 요구해”



군복을 입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1783∼1830)가 썼던 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에 대한 결사항전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볼리바르의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라카스=AP 뉴시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쟁 범죄 수준에 해당한다.”(팀 케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고, 불법행위라는 데 동의한다.”(마이크 터너 미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

지난달 28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마약 의심 선박 탑승자 전원 사살 명령 의혹이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WP는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이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명령에 따라 1차 공격에서 생존한 2명을 제거하기 위해 2차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살인에 해당하는 전쟁 범죄란 비판이 커지면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까지 미 국방부에 대한 초당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 생존자 2차 공격 의혹에 거센 규명 요구

지난달 3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베네수엘라 선박 생존자 사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WP 보도로 알려진 해당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밀매 선박을 공격했다고 처음 발표한 올 9월 2일 발생했다. 당시 1차 공격으로 9명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선원 2명이 선박 잔해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 이를 무인기(드론) 촬영으로 확인한 미군 특수작전 사령관이 전원 사살하라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명령에 따라 2차 공격을 가했고, 생존자 2명도 사망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는 미 정치권의 즉각적인 우려와 비판을 촉발했다. 케인 상원의원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범죄 수준”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애리조나)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2차 공격은 전쟁 범죄”라고 했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메릴랜드) 역시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범죄가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미국이 마약조직과 전쟁 중이라는 논리 자체가 틀린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터너 하원의원은 CBS방송에 출연해 “WP 보도가 이미 의원들 사이에서 심각한 의문을 낳고 있던 작전에 대한 우려를 더 증폭시켰다”고 했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ABC방송에 출연해 “헤그세스 장관이 ‘모두 죽이고, 생존자도 죽이라’는 결정을 내릴 만큼 어리석진 않을 것”이라며 “그건 명백한 전쟁법 위반이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고물가, 엡스타인 스캔들 이은 정치 위기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앨라배마)과 간사인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워싱턴)의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엄격한 감독을 약속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초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의회는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 단속을 내세워 베네수엘라 선박들에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9월 이후 20회 이상 마약 의심 선박을 공격했고 8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하지만 공격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아 해당 조치가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WP에 따르면 지난달 미 의회가 행정부에 공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미 국방부가 공개한 29초 분량의 드론 공격 영상엔 2차 공격 장면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국방부는 자료 제출 시한을 넘기는가 하면 의원들의 설명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이에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미시시피)과 간사인 잭 리드 민주당 하원의원(로드아일랜드)이 공습 관련 명령과 녹음자료, 법적 근거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해당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헤그세스 장관이 전원 사살을 명령하진 않았을 것으로 “강력하게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마이애미헤럴드 “트럼프, 마두로에 최후 통첩”

한편, 지난달 30일 마이애미헤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즉각 사임하고 망명하라”는 취지의 최후통첩을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 시 가족의 안전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