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광고 로드중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식용유이자 각종 가공식품의 주요 성분인 콩기름(대두유)이 비만을 유발하는 경로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UCR) 연구자들은, 콩기름이 단순히 ‘지방’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자 경로를 통해 우리 몸의 지방 대사 시스템을 방해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일반 쥐와 유전자 변형 쥐에게 똑같은 콩기름이 풍부한 고지방 먹이를 제공했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유전자 조작 쥐는 동일한 칼로리와 동일한 지방량을 섭취했음에도 살이 거의 찌지 않았다.
결정적 차이는 간에서 만들어 내는 ‘간세포 핵인자 4 알파’(HNF4α)라는 단백질의 형태였다.
HNF4α는 간세포의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 지방 대사·포도당 조절·콜레스테롤 합성 등 수백 개의 유전자 활동을 관리하는 핵심 조절자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두 가지 HNF4α를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주로 생성되는 형태와 달리 대체 형태는 질병, 염증, 금식, 알코올성 지방간 등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서만 나타난다.
살이 안 찐 쥐, 즉 유전자 변형 쥐는 HNF4α의 대체 형태를 더 많이 만들었다. 그 결과 콩기름, 특히 리놀레산을 신체가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져 같은 먹이를 먹어도 거의 살이 찌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콩기름에는 오메가-6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다중 불포화 지방산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에게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 대신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의 다중불포화지방 섭취를 권고해 왔다. 불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다중불포화지방 자체는 안전하더라도, 몸속에서 무엇으로 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콩기름과 해바라기씨유 등에 많이 들어있는 리놀레산은 체내에서 여러 효소에 의해 옥실리핀(oxylipin)이라는 생리활성 분자로 전환된다. 리놀레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옥실리핀 또한 과다 생성된다. 이는 염증 증가·지방 축적 촉진·지방산 연소 능력 저하·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 역할) 기능 억제와 연관된다. 지방은 많이 쌓이는데, 이를 태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니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반면 유전자 변형 쥐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전환하는 양이 크게 적었다.
동일한 콩기름 기반 먹이를 먹었음에도 간 기능이 더 좋았으며(염증과 지방간 억제 영향), 미토콘드리아도 훨씬 더 잘 기능(지방을 연소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광고 로드중
추가 분석 결과, 유전자 변형 쥐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바꾸는 데 관여하는 두 종류의 주요 효소군의 발현 수준이 매우 낮았다.
이들 효소(LOX·CYP)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유사하게 작용하며, 그 수치는 유전, 식단, 생물학적 요인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이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누군가는 더 찌고 다른 누군가는 덜 찌는 이유를 설명해 줄수 있다.
연구진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혈중 옥실리핀 수치는 체중과 연관이 없으며, 간의 옥실리핀 농도만 비만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기 대사 교란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UCR의 세포생물학자이자 교신 저자인 프랜시스 슬라덱(Frances Sladek) 교수는 “2015년 연구에서 이미 콩기름이 코코넛오일보다 비만 유발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 알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문제의 핵심이 기름 자체도, 리놀레산 그 자체도 아니라, 그 지방이 몸 안에서 무엇으로 전환되는가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콩기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용유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전체 섭취 칼로리에서 콩기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10%로 5배 급증했다.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패스트푸드, 드레싱, 소스, 마요네즈 등 초가공식품 형태로 대부분 섭취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콩기름 자체는 콜레스테롤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콩기름 섭취가 오히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콩기름과 함께 리놀레산 함량이 높은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등 이른바 씨앗 기름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조사 중이다.
슬라덱 교수는 “콩기름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인체가 진화과정에서 감당하도록 설계된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이 문제”라며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후 100년이 지나서야 경고문이 붙었다. 콩기름 과잉 섭취의 위험성이 알려지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정리하면, 콩기름은 인체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풍부해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다 섭취는 문제가 된다. 리놀레산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내 효소에 의해 옥실리핀 과다 생성 → 염증 → 지방 축적의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기름에 튀긴 음식, 각종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지질 연구 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에 게재됐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jlr.org/article/S0022-2275(25)00195-6/fulltext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