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용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출 금리 8.9∼18.9%…저축은행보다 높아 “대형 플랫폼 우월적 지위 활용” 지적
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2025.12.1 뉴스1
연 매출 40조 원을 내는 대형 유통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쿠팡, 대부업체 수준 금리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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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가까운데다 금융권이나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라는 평가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연 4~9.85% 수준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5~17.14%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그 이상 금리는 연체했을 때 나오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부업체는 연 16.8~20%다.
게다가 쿠팡이 자체적으로 은행권과 연계해 입점 업체들에 서비스하고 있는 전자 방식 어음 서비스인 ‘외상 매출 담보대출’(연 4% 중반~5% 후반)이나 신용대출인 ‘선정산 서비스’(4.35~4.85%)보다도 금리가 높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입점 실적을 기반으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해 금리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의 매출, 반품률, 고객 문의 응답속도 등을 기반으로 자체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제휴된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금융사는 이 모델을 가져다 입점 업체에 금리를 낮춰 제공하는데, 약 5.9~12.5% 수준이다. 우량 사업자는 보증부 대출을 통해 3.56~4.7% 금리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신한은행도 자사 배달 앱(땡겨요)을 통해 얻은 유통 데이터로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자영업자 대출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한 점주는 신용대출 한도 1000만 원, 연 5.44% 이자를 내야 했는데 땡겨요의 배달 주문 실적, 높은 쿠폰 사용률 등을 반영한 대안 신용평가모델 덕분에 한도는 2500만 원으로 늘고, 금리 연 4.98%로 낮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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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금리를 설정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면서 “정보의 양이 쌓이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신용도를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한 금리 책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신용자에 혜택” VS “이자 장사”
입점 업체들도 해당 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쿠팡에서 수년째 신발을 파는 박모 씨는 “결국 대부업체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으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쿠팡 입점 업체는 “이자를 못 갚으면 쿠팡 배달을 뛰어서라도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조했다.
쿠팡 측은 신용등급이 낮은 판매자도 대출받을 수 있고, 쿠팡 판매 이력으로 심사가 이뤄져 약 2분만에 자금이 지급이 되는 장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계절적 요인으로 매출이 적게 나올 때는 적게 상환할 수 있어 금리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쿠팡 입점 업체들은 “2금융권 금리 수준으로 대출이 안 나오는 사람한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자사 개인정보를 활용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결국 수익성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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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