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신생아 모습.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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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증가를 이끈 30대 후반 출산…만혼이 만든 새로운 출산축
출생아 증가의 핵심 요인은 ‘30대 후반의 출산 확대’로 분석된다. 35~39세 여성의 1000명당 출생아 수가 전월 대비 6.3명 늘었고, 30대 초반 여성도 4.4명 증가하며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만혼 흐름이 굳어지면서 과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담당했던 출산의 중심축이 자연스럽게 30대 중후반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 2024년 기준 남성 초혼 평균연령은 33.9세, 여성은 31.6세였다. 여성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로 역대 가장 높았고, 첫째 아이 출산 평균도 33.1세까지 올랐다. 1995년의 초혼 연령(남성 28.5세, 여성 25.7세)과 비교하면 결혼은 약 5~6년, 출산은 약 7년 늦어진 셈이다. 한 세대 만에 결혼·출산의 시간표가 크게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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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0대의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건강 관리, 운동, 취미, 자기계발 등이 일상화되면서 30대는 예전의 ‘중년 초입’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포티가 있다면 그들은 영써티랄까. 외모와 생활양식 모두 20대 못지않게 젊고 활동적인 30대가 많다. 이런 경향은 출산을 30대 후반까지 미루더라도 크게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결혼한 대학 후배만 해도 20년 가까이 연애 끝에 남녀 각각 마흔과 서른다섯에 결혼에 골인했다. 앞으로도 30대 후반 여성의 출산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인 가족의 모습.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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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에 첫째를 낳은 여성이라면 둘째를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셈이다. 남편의 연령이 평균적으로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째를 출산한다고 가정할 때 남편의 나이는 40대 초중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부모 입장에서도 향후 양육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출생아 구성은 첫째아 중심으로 더욱 기울고 있다. 9월 출생아 중 첫째 비중은 63.3%로 전보다 증가했고, 둘째·셋째 비중은 감소했다. 만혼·만산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1자녀 가구 고착화’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실제 “둘째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지인 가운데도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가진 이들은 많지만, 둘째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포기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생물학적 시계 뿐 아니라 자녀 양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2명 이상의 자녀는 갈수록 택하기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고양=뉴스1
인구를 유지하려면 2명이 2명은 낳아야 한다.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다음 세대가 현 세대 인구를 그대로 대체하기 위한 출산율이다. 영아사망률 등을 고려해 보통 2.1명을 선진국의 대체출산율로 본다.
한국은? 두 명은커녕 OECD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0명대를 장기간 이어온 국가다. 대만·싱가포르·일본도 초저출산에 포함되지만, 한국처럼 0명대가 8년 넘게 지속된 사례는 없다. 인구학에서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상황만 따로 떼어서 ‘초저출산’ 상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은 사실상 ‘극초저출산’ 혹은 ‘초초저출산’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처럼 2명이 1명도 낳지 않는 식이라면 다음 세대 수는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아무리 출산율이 0.8명으로 오른다 해도 전체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한국은 유럽과 일본처럼 이민이 많거나 외부 유입이 다양한 구조도 아니어서, 인구 구조의 급격한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 증가라는 희소식에도 마냥 팡파레를 울릴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인구 자연 감소는 이번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2025년 9월 자연증가(출생 - 사망)는 -5732명으로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냈다.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3.9% 줄긴 했지만, 3분기 전체 사망자는 8만5051명으로 출생아(6만5039명)보다 2만 명 이상 많았다. 사망자의 연령별 구성에서도 8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상승했다. 사망자 집단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된 셈이다. 이는 앞으로 자연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고령자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뉴스1
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책 효과로 출생아는 늘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의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출생아 증가’와 ‘자연감소 확대’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맞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출생아 반등이 긍정적 지표로 읽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인구 규모를 줄일 것이다.
출생아 증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의 ‘가속화’에 대비한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출산 지원정책과 더불어 인구가 줄어도 경제·사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동·연금·지역정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령화로 연금과 요양급여 등이 한계에 이르는 데 단 5년이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시적 반등의 기쁨에 머무를 시간이 아니다. 이번 통계는 출생아 증가의 흐름을 살릴 기회이자, 인구 감소 시대를 정면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