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1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예선 F조 5차전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경기에서 후반 16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하고 있다. 더블린=AP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포르투갈)가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해 징계를 받고도 ‘없던 일’처럼 돼 버려 논란이 일고 있다.
호날두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예선 F조 5차전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경기에서 후반 16분경 집요하게 그를 가로막던 수비수 다라 오셰이에게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크게 휘둘러 퇴장당했다. 상대가 등쪽을 맞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얼굴을 맞았다면 심하게 다칠 만한 행위였다. 호날두는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가 예정대로 유지됐다면 호날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포르투갈의 개막전과 그다음 경기까지 뛸 수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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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은 대규모 미국 투자 확대를 결정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한 국빈 만찬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팀 알 나스르에서 뛰고 있는 호날두는 알 나스르의 실질적 구단주인 빈 살만 왕세자를 ‘우리의 보스’라고 불렀다. 이런 친분을 이용해 호날두는 이 만찬에 동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5억5000만 명에 이르는 호날두에게 백악관 황금열쇠를 선물하는 등 극진히 환대했다. 그리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날두와 백악관에서 능숙하게 공을 주고받으며 패스 및 드리블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79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유연함과 건강함을 보여주는 이 영상의 의도는 명백했다. 호날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 팬들의 인기를 흡수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AI)이 합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미국에서도 정치인이 과연 이런 합성 이미지를 어디까지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일으켰다.
호날두는 2017년 미국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불거진 후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호날두를 고소한 측이 해킹으로 얻은 기록 등 불법 자료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은 기각됐다. 하지만 호날두로서는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 일로 인한 논란이 조명될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때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는 호날두에게 과거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리고 미국이 개최하는 월드컵에서 자연스럽게 뛸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날두와 트럼프에게는 서로를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또한 이 만찬에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있었다. 호날두, 트럼프 대통령, 인판티노 회장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미국 월드컵 및 호날두 징계 문제가 화제가 됐을 것이다. 이때부터 호날두가 예정대로 징계를 다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호날두가 빠져 월드컵 흥행이 부진해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고, 이는 월드컵 중계권료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FIFA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예측대로 이 만찬 뒤 FIFA는 26일 호날두에게 1년간 ‘유예 기간’을 주는 형식으로 호날두의 남은 출장 정지 징계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1년간 같은 반칙을 저지르지 않으면 출장 정지를 적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호날두의 이번 월드컵 첫 경기 출전 길이 열린 것이다. 호날두의 행위가 중대하지 않았고 A매치에서 첫 레드카드를 받은 점을 고려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붙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호날두의 행위를 지켜본 주심의 판단은 무엇인가. 또한 처음으로 레드카드를 받은 이 세상의 모든 선수에 대한 후속 징계는 철회돼야 하는 건가. 많은 이들이 이번 결정을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FIFA의 숨은 담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FIFA는 별다른 말이 없지만 슈퍼스타와 미국 대통령 및 FIFA의 3중 이익이 걸린 이 문제는 팬들에게 ‘트리플(3중) 야합’으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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