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동맥경화처럼 서서히 위축”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 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신용(빚)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013년부터 매년 0.40∼0.44%포인트씩 둔화시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64.1%)에 머물렀다면 지난해 민간 소비가 현재보다 4.9∼5.4% 높았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유독 빨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이 77개국 중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5년 1분기(1∼3월)∼2025년 1분기 한국의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 폭(1.6%포인트)은 17개국 중 노르웨이(5.9%포인트) 다음인 2위였다.
광고 로드중
빚을 내 사들인 집값이 오르더라도 그 차액만큼 담보로 대출받거나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탓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