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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토크 콘서트 ‘소다팝’ 성황리 개최

입력 | 2025-12-01 03:00:00

‘여대 존치’ ‘남성 육아휴직’ 등 남녀 인식격차 해소 방안을 논하다
공동체 공존을 위한 토론의 장 ‘소다팝’
원민경 장관 “생각지 못했던 현장의 의견들, 정책 반영에 노력”





11월 21일 오후 7시, KT&G 상상플래닛에서 성평등가족부가 개최한 제3차 성평등 토크 콘서트 ‘소다팝’.  성평등가족부 제공

11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 커뮤니티 라운지는 2030 세대의 열띤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성평등가족부에서 진행한 토크 콘서트 ‘소다팝’을 통해 청년들의 성별 인식격차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소다팝은 ‘소통하는 청년들이 성평등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팝업(pop-up) 콘서트’를 뜻한다.

‘소다팝’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 사례와 그 해결 방안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의 행사로, 10월 29일 제1차 ‘소다팝’을 시작으로 이번이 세 번째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정부가 직접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성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1일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을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평등과 가족·청소년 정책을 아우르는 범부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제1차 ‘소다팝’에는 청년 21명(남성 11명, 여성 10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성별 직무 분리, 남성 육아휴직, 여성 안전 등 일상에서 겪는 성별 불균형과 인식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1월 10일 제2차 ‘소다팝’은 충북 청주 오창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충북 지역 청년 18명(남성 9명, 여성 9명)은 지역별 산업 및 문화 환경이 성별에 따른 기회와 역할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토의하며 맞춤형 성평등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제1·2·3차 성평등 토크 콘서트 ‘소다팝’에 직접 참여해 2030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이번 제3차 ‘소다팝’에는 2030 세대 남성 7명, 여성 12명 등 총 19명이 참석해 ‘사회 진입기 성별 격차’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원민경 장관은 제3차 ‘소다팝’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 성별에 따라 기회와 가능성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논의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은 공동체의 공존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대는 여성 리더십의 공간이자 보호막”

1부 ‘교육과 진로’를 주제로 다룬 토론에서는 ‘여대 존치’ 문제가 첫 화제로 떠올랐다. “여성 차별로 인해 여대가 생겼는데, 오히려 요즘은 여대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해당 대학 여성들이 차별을 겪는다.” 30대 여성 직장인 김 모 씨의 말이다. 3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여대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 리더십을 경험하게 하고 발언권을 보장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여대 존치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반면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여대 설립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여성 차별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주의의 학문적 관점에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대학이 사회 진출을 위한 직업 훈련소로 기능한다는 관점에서는 한쪽 성별을 제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평등 교육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됐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상대방의 성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로 교육에서도 성 고정관념이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실제로 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는 20대 여성 오 모 씨는 “상업고등학교에서 여성들은 경리나 비서 직무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여전히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성별에 따라 진로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진로 교육에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30대 남성 조 모 씨 역시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택했을 때 ‘여자들이 많아서 힘들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성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병역은 성평등 문제인가” 의견 엇갈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제1·2·3차 성평등 토크 콘서트 ‘소다팝’에 직접 참여해 2030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2부 토론 주제는 ‘사회 진입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별 인식격차’였다. 이 중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병역 문제였다. 30대 남성 직장인 김 모 씨는 “병역 혜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정도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30대 여성 A씨는 “전쟁 상태에서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입대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여성이 지금 군대에 가더라도 남성과 똑같이 총기를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후에야 해당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대 여성 기업인 신 모 씨는 “남성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국가에 이바지하는 만큼, 취업과 같은 사회적 기회에서 일정 수준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제1·2·3차 성평등 토크 콘서트 ‘소다팝’에 직접 참여해 2030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사회복무요원, 병역면제자 등 군 복무에서 벗어난 남성들을 향한 차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입대를 희망했지만 신체적인 이유로 면제를 받은 친구가 있다”며 “문제는 군 면제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는 데 4년이 걸렸고, 그동안 어디에도 취업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회복무요원 출신이라고 밝힌 30대 남성 김 모 씨는 “남성 중에서도 현역과 현역이 아닌 사람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군대를 징벌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면 적어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2030 청년)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젊은이들의 노동을 헐값에 쓰는 국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육아휴직, 성별 막론하고 의무화해야”

고용 시 겪는 성별 차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20대 남성 김 모 씨는 고용상 성차별 시정 제도에 대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제도의 시정률과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성평등가족부도 연관된 업무를 하고 있기에 해당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직장인 조 모 씨는 “과거 살던 지역구에서 청년들과 성평등 면접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고용 현장에서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차원에서 면접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 진출 시에도 성평등 환경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30대 남성 직장인 김 모 씨는 “임신, 출산으로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직장인 김 모 씨 역시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충분히 충원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어 오후 9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원 장관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며 “각 부처와 협업해 오늘 나온 의견들이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 5차로 기획된 ‘소다팝’ 토크 콘서트는 12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혜빈 여성동아 기자 heavin0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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