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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세계사 갈피갈피, 숨어 있었던 편지들

입력 | 2025-11-29 01:40:00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콜린 솔터 지음·이상미 옮김/440쪽·2만5000원·현대지성




“사랑하는 어머니. 이 배는 거대하고 궁전풍의 호텔처럼 꾸며져 있어요. 음식과 음악도 훌륭합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쓰인 이 편지는 결국 수신자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편지를 쓴 지 나흘 뒤에 ‘이 배’, 타이타닉호가 침몰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타이타닉 승객의 편지 중 가장 마지막 것으로 전해진다.

책은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찰스 다윈 등 위대한 인물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편지를 통해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편지가 훗날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을 염두에 둔 인물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편지는 어떤 역사 기록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역사를 뒤바꾼 가장 짧은 편지가 하나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시작하자 미군의 로건 램지 소령은 하와이 지역에 있는 모든 미 해군 함정에 여덟 단어의 전보를 보냈다.

‘Airraid on pearl harbor x this is no drill(진주만 공습, 훈련 아님)’. 그리고 다음 날 미국은 일본에 전쟁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이 바뀐다.

이 밖에도 미국의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 ‘워터게이트’를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임스 매코드의 편지 등이 소개된다. 세계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내밀한 속사정을 엿보는 느낌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손편지 원문은 때로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책 말미에 소개된 사례 하나. 2017년 아인슈타인이 1922년 도쿄 임페리얼 호텔 벨보이에게 남긴 한 줄의 메모는 170만 달러(약 25억 원)에 팔렸다. 팁을 줄 현금이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명성이 팁보다 가치 있길 바라며 이렇게 메모를 남겼다.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끊임없는 불안과 결합한 성공을 추구하는 삶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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