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채용 면접자 240명에 범행 화장실 못 가게 하고 “소변보고 싶어?”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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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고위 공무원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강력한 이뇨제가 섞인 음료를 건네고, 그 반응을 기록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약 9년 동안 이어진 범행으로 피해자는 24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크리스티앙 네그르는 여성들에게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는 약 9년간 면접을 보러 온 여성 지원자들에게 커피나 차에 강력한 이뇨제를 몰래 타서 제공한 뒤, 약효가 나타나는 시점에 장시간 도보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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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씨는 인근 터널 안에서 웅크린 채 소변을 해결해야 했다. 이때 네그르는 곁으로 다가와 재킷을 벗으며 “내가 널 지켜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수’로 면접을 망쳤다고 자책한 A씨는 결국 구직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경찰의 연락을 통해 자신이 약물 피해자였음을 알게 된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2011년 문화부 관리 비서직에 지원했던 B씨 역시 네그르가 건넨 커피를 마신 뒤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꼈다. 화장실을 가겠다고 요청하자 네그르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소변보고 싶어?”라고 물었다. B씨는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묻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결국 화장실 이용을 거부당한 B씨는 카페 계단을 오르다 참지 못하고 옷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피해자 C씨도 약 2시간의 도보 면접 동안 여러 차례 화장실 사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사무실로 돌아와서야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C씨는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며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사실을 알게된 후 C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를 떠났다.
네그르의 범행은 2018년 그가 동료 여성 직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다 신고당하면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네그르의 컴퓨터에서 ‘실험’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약물을 투여한 시간, 여성들의 반응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네그르는 2019년 공직에서 해임됐지만, 사건이 지연되는 동안 민간 기업에서 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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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재판이 미뤄진 것에 대해 분노와 무력감을 호소했다. PTSD 진단을 받은 A씨는 “수년간 스스로를 탓했고, 아예 취업 지원 자체를 피하게 됐다”며 “이런 일이 그 누구에게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