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핏빛 그림자 몰고 온 ‘데스노트’의 새 얼굴

입력 | 2025-11-28 03:00:00

뮤지컬서 ‘키라’ 라이토役 조형균
“점차 오만으로 무너져가는 인물”… 심경 변화 섬세하게 대비시켜
日만화 원작 2015년 초연
“팬층 두터워 부담감 커… 중독성 있는 음악 강점”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데스노트’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 조형균(왼쪽 사진). 그는 신을 자처하며 범죄자를 처벌하려는 원작 만화 속 캐릭터 ‘라이토’(오른쪽 사진)를 무대 위에서 생생히 되살려냈다. 오디컴퍼니 제공


“워낙 팬이 많은 작품이라 부담감이 컸어요. 기존 배우들이 잘 만들어 놓은 공연을 어떻게 이어갈까 계속 고민했죠.”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데스노트’가 지난달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인기 일본 만화가 원작인 작품은 홍광호, 김준수 등 굵직한 배우들이 거쳐가며 확고한 팬층을 형성했다. 이름을 적어 넣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를 손에 쥔 뒤 범죄자를 처단하는 고등학생 ‘키라’(킬러의 일본식 표현) 라이토, 그리고 그를 추적하는 천재 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렸다.

● 새 얼굴로 돌아온 ‘데스노트’

이번 시즌은 주요 배역 대부분을 새로운 캐스트로 꾸려 화제를 모았다. 라이토에 조형균 김민석 임규형, 엘엔 김성규 산들 탕준상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규현(라이토)과 김성철(엘)도 2차 캐스팅으로 합류한다.

12일 극장에서 만난 조형균 배우는 “직전 시즌 공연을 봤을 때 음악이 너무 좋아 이번 시즌 라이토를 맡게 된 게 진심으로 기뻤다”고 했다. 그는 라이토를 “초반엔 따뜻하고 정의롭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오만으로 무너져가는 인물”로 해석했다.

“원작 만화의 라이토는 굉장히 차갑죠. 학교에서도 혼자 창밖을 바라보는 인물인데, 뮤지컬은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하니까 감정을 더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 배우는 여동생 사유가 느끼는 ‘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오빠를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후 ‘키라’를 추종하는 이들의 환호에 젖어 점점 욕망에 휘둘리는 라이토의 변화를 섬세하게 대비시키려 했다. 그의 직전 작품인 뮤지컬 ‘시라노’와 무척 결이 달랐다고.

“시라노가 약자를 지키는 고결한 인물이라면, 라이토는 출발선은 비슷하지만 결국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버리는 캐릭터죠.”

엘 역을 맡은 세 배우와의 호흡는 어떨까. 그는 “성규 배우는 결이 읽히지 않고, 산들은 에너지가 대단하다”며 “준상이는 영리해서 연기하며 제가 ‘긁히는’ 지점이 생긴다”고 했다.

● 강렬한 넘버와 만화적 무대

조 배우가 꼽는 ‘데스노트’의 가장 큰 힘은 “원작의 서사를 밀어 올리는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음악”이다.

법과 정의에 대한 라이토의 의문을 드러내는 ‘정의는 어디에?’와 엘의 집요한 추리를 풀어낸 ‘게임의 시작’, 두 인물의 긴장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담은 ‘놈의 마음속으로’ 등 중독성 있는 넘버가 많다. 그는 여동생 사유의 넘버 ‘나의 히어로’를 가장 아끼는 곡으로 꼽았다.

“라이토가 어떻게 타락하는지 알고 들으니까 더 슬프더라고요.”

발광다이오드(LED) 무대는 원작 특유의 만화적 질감을 제대로 살렸다. 조 배우는 “영상이 객석으로 쏟아지는 듯한 장면에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을 정도로 몰입감이 컸다”고 했다.

2007년 ‘찰리 브라운’으로 데뷔한 그는 소극장과 대극장을 넘나들며 여러 작품에서 폭넓은 역할을 소화해 왔다.

“초반에 공백도 길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는데, 지금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게 좋아서 뮤지컬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그의 무대는 쉴 틈이 없다. 다음 달 21일 라이토 역할을 마치기 전에, 같은 달 11일 개막하는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클라이드 역으로 출연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 ‘데스노트’와 확연히 다른 서사를 펼친다.

“데스노트엔 ‘록 음악’ 넘버가 많아 공연을 보며 도파민을 느끼셨으면 해요. 학구적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