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차의 넓은 사각지대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보행자 사망사고를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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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물차는 사각지대가 커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치는 인명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키가 작은 어린이나 노약자는 사고에 더 취약하다.
2020년 광주, 어린이보호구역을 걷던 3살 A 양이 8.5t 트럭에 치여 숨졌다. 함께 걷던 어머니와 형제도 다쳤다. 2021년 12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이어졌다. 창원과 인천 부평에서 10살과 11살 어린이가 화물차에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이달 부산에서도 덤프트럭이 50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세 사고 모두 운전자는 “보행자를 못 봤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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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차 특유의 구조 때문이다. 우측·전방에 큰 사각지대가 생기는 탓에, 차량 주변의 보행자를 운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6일 발표한 ‘대형차량 사각지대 안전장치 필요성’ 보고서는 이 문제를 수치로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t 이상 대형 화물차 8종의 사각지대를 측정한 결과 우측 사각지대가 최대 8.17m에 달했다.
승용차(4.95m)나 SUV(5.12m)보다 3m 이상 길어 운전자가 옆에 있는 보행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키 작은 보행자는 더 취약…어린이 최소 5m 안전거리 필요
특히 키가 작은 보행자는 더 쉽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연구진이 만 7세 수준인 120cm 기준으로 다시 측정한 결과, 대형 화물차 우측에서는 평균 3.21m 이상 떨어져야 운전자가 식별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는 성인은 최소 3m, 어린이는 최소 5m 이상의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5년간(2020~2024년) 교통사고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는데, 보행 교통사고 사상자수는 화물차 사고 1169명 덤프 사고 16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건수 100건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승용차가 2.5인데 반해 화물차와 덤프 등은 각각 5.3, 15.8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운전실 높이 낮춘 설계 △조수석 하단 창유리 설치 △우측·전방 보행자 감지 장치 의무화 같은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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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