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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옷장 뒤졌다”…K팝 아이돌이 부활시킨 ‘그래니코어’ [트렌디깅]

입력 | 2025-11-27 11:03:00

김장조끼가 K팝 스타와 셀럽을 중심으로 MZ세대 사이에서 ‘그래니코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인기 끌며 관광객도 사는 ‘K-복고패션’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김장조끼를 착용한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와 블랙핑크의 제니.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할머니 세대가 입을 법한 패션 스타일 ‘그래니코어(Granny+core)’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5000 원 남짓에 구매 가능한 ‘김장조끼’가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26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김장조끼’를 키워드로 한 검색량은 이달 초 18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5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 데이터에서도 열풍은 확인됐다. 20대 비중이 높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김장조끼 상품이 베스트 상품 10위권 안에 오르기도 했고, 290건이 넘는 리뷰가 달리는 등 M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후기 게시글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맞춰 입기 위해 여러 벌을 동시에 구매했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김장조끼는 김치를 담그는 겨울철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실용적인 누빔 조끼다. 안쪽은 보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모 안감을, 바깥쪽은 화사한 꽃무늬 원단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유행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직접 김장을 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사실상 ‘입을 일 없는 옷’이었고, 자연스럽게 할머니 세대를 상징하는 ‘촌스러운 옷’으로 여겨져 왔다.

● 촌스러움이 포근함으로…‘노스탤지어 패션’ 부활

빅뱅의 지드래곤(GD)가 꽃무늬가 새겨진 누빔조끼를 입고 있다. SNS 갈무리

하지만 최근에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장조끼 특유의 포근하고 넉넉한 실루엣, 꽃무늬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이 MZ세대 사이에서 오히려 매력으로 소비되면서, 할머니 세대의 옷차림을 일부러 따라 하는 ‘그래니코어’가 하나의 스타일 코드로 굳어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김장조끼의 계절이 왔다”, “이런 걸 왜 입지 싶었지만 한 번 입은 이후로는 겨울 필수품이 됐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김장조끼 열풍이 빠르게 퍼진 데에는 합리적인 가격도 큰 역할을 했다.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에서는 한 벌에 5000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배송비를 포함해 1만 원 이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화려하고 꼼꼼한 수제 바느질 조끼가 5000원이라니 말이 안 된다” “가족 네 명이서 2만 원이면 겨울 내내 입을 수 있다”는 반응도 올라왔다.

● K팝 인기 타고 글로벌로 확산되는 ‘K복고 패션’


한 SNS 이용자가 공개한 일본인 친구와의 대화. 일본인 친구는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은 이거(김장조끼)였다” “한국 아주머니들이 입는 그 옷”이라며 김장조끼를 구매하는 사진을 공유했다. X @dinnerout11 갈무리

인기몰이의 중심에는 K팝 스타들이 있었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에스파의 카리나 등 K팝 스타들이 김장조끼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Z세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장바구니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본인 친구가 한국에 와서 김장조끼를 싹쓸이해 갔다”며 “제니와 카리나가 입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한류 평론가는 김장조끼를 ‘할머니 조끼(おばあちゃんベスト)’로 소개하며, “일본에서 레트로와 Y2K가 재조명을 받듯 한국에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할머니 세대 패션이 MZ세대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래니코어 열풍은 할머니 세대의 일상복을 MZ세대가 자신들의 언어로 다시 해석한 결과”라며 “낡고 촌스럽다고 여겨지던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게 요즘 세대 특유의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디깅(Trend-digging)은 예상 밖의 인기와 새로 떠오르는 소비 징후를 포착해 ‘지금 가장 뜨거운 상품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트렌드 관찰 기록이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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