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석 달 만에 인텔 부사장…2나노 이하 기술 유출 의혹 임직원 영입해 기술 추격 유혹…삼성·SK하닉, 中 유출 빈번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4.10.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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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TSMC가 인텔로 이직한 전직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도체 업계 기술유출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기술 격차가 곧 시장 우위를 결정하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기술 유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텔 출신 TSMC 임원, 퇴직 후 인텔 행…초미세 공정 유출 의혹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인텔로 이직한 뤄 웨이젠 전 수석부사장을 영업비밀법 위반, 고용 조건 위반, 비밀 유지 및 경쟁 금지 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대만 지적재산권법원과 상업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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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 전 부사장은 인텔에서 18년간 근무하며 기술개발 담당 임원 등을 역임했고, 지난 2004년 TSMC에 합류해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주도했다. 지난해 3월에는 TSMC 기업 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선임됐다.
TSMC, 인텔, 삼성 파운드리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번 뤄 전 부사장의 인텔 이직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인텔은 18A(1.8나노) 공정으로 인텔의 최신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 양산을 시작했지만, 외부 고객사 물량은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기존 3나노 공정 고객사로부터 2나노 제품을 수주하고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인텔로서는 차세대 16A 공정에서 대형 외부 고객사를 확보해야 파운드리 가동률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만큼, 경쟁사 임원 영입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조광현 안보수사지원과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서울경찰청 회의실에서 국가핵심 반도체 기술 유출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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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신 기술 개발에 참여한 경쟁사 임직원에게 막대한 보상을 제시하고 영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대만 검찰은 지난 8월 TSMC의 2나노 공정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전·현직 직원 3명을 기소했다. 3명 중 두 명은 TSMC 직원이며, 한 명은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사 도쿄일렉트론(TEL)으로 이직한 전 직원이다. 공범 중 한 명은 TEL로 이직한 뒤 TSMC의 전 동료들로부터 핵심 기술 정보를 빼간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부정 사용한 혐의로 A 씨 등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개발 인력 3명 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 1월과 5월에도 삼성전자 출신 2명이 국가핵심기술 부정 취득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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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직원이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SK하이닉스에 정밀 자재를 납품하던 협력업체 전 직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기술을 해외로 넘기려다가 체포 후 구속됐다.
해외 기술유출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공감대 아래 처벌을 강화하고 대법원 양형기준도 상향하는 등 노력이 있었지만, 경찰이 적발한 해외기술유출 사건은 지난 2021년 9건에서 지난해에는 27건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퇴직과 이직을 법으로 막을 순 없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막대한 보상을 약속받고 처벌을 감수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