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 이렇게 하자] 〈上〉 산재 줄인 싱가포르 ‘당근과 채찍’ 도심 고속도로 건설 현장 가보니 중장비 반경내 사람 접근땐 경고음… ‘10년 경력’ 안전요원 배치해야 안전수칙 어긴 근로자도 벌금-징역 설계사-발주처-정부 ‘설계 3중 검증’… 육상교통청선 5단계 검증 거쳐
《산재 감축 상징 싱가포르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재해에 대해 “반복적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을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 1∼9월 산재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14명 늘었다. 싱가포르는 산재를 획기적으로 감축한 나라다. 근로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2005년 4명에서 지난해 1.2명으로 줄었다. 우수 기업에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사고 기업은 입찰에서 배제하는 ‘당근과 채찍’으로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펜스 밖엔 ‘파란 모자 안전관리자’ ‘산업 안전 선진국’ 싱가포르에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꼼꼼히 안전을 챙기며 산재 최소화에 노력을 기울인다. 11일 싱가포르 도심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안전 관리자를 뜻하는 파란 안전모를 쓴 사람이 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싱가포르=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고양미앙 싱가포르 국립대 건설환경학과 교수는 “보너스를 받거나 안전 관련 상을 받으면 향후 다른 입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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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는 사고 경중에 따라 내려지는 작업중지 명령과 함께 벌점 제도가 꼽힌다. 18개월간 누적 벌점이 25점 이상이면 3개월 동안 새로운 공공 발주 사업에 입찰할 수 없다. 또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절대적인데도 기업이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허가를 연장해 주지 않는다.
● 벌점과 보너스 병행하는 ‘당근과 채찍’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인력이 철저히 관리한다. 11일 싱가포르 도심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만난 현장 소장 A 씨는 “안전관리 인력만 이곳에서 9, 10명이 일한다. 계약 때부터 ‘10년 이상 경력자’ 등 자격 요건까지 명시하는데 이걸 충족해야 사업권을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10년 이상 경력자를 포함한 정식 안전관리자 3명, 보조 안전관리자 4명과 전문 기술자까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보조 안전관리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 온 사람을 채용한다. 작업반장 B 씨는 “작업발판 하나를 만들 때도 기술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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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펜스 안에서만 중장비 작업 중장비는 안전구역 내에서만 보관하도록 돼 있다. 싱가포르=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설계사부터 정부기관까지 5단계 검증
굴착장 가스 누출 수시로 점검 안전 관리자가 유독 가스 누출을 막기 위해 굴착장 내부를 탐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현장 시공에 앞서 설계 단계에서도 ‘안전 디자인(DFS)’을 강조해 설계에 오류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설계사가 1차 검증을, 발주처가 지정하는 별도의 검증자가 2차 검증을 하고 정부 기관에서 3차 검토를 마친다. 싱가포르 내에서도 특히 안전을 강조하는 육상교통청(LTA)의 경우 내부의 박사급 전문인력이 다시 검증하고, 현장에서 감리가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감독해 무려 5단계 검증을 거친다.
싱가포르에 지사를 둔 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주차장 붕괴 사고 등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는 설계 잘못으로 인한 붕괴 사고 위험성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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