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美 금리인하 여부 등 강세 부채질 달러보험 누적판매 1조4700억 원… 작년보다 55% 상승 ‘역대급 수요’ 美 자산 담는 ETF는 필수 분위기… “달러 강세 확률 20%라고 믿으면 포트폴리오에 달러자산 20% 투자”
게티이미지코리아
#2 재무를 담당하는 김 모 씨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일 때 회사 여유자금 10억 원가량을 달러 예금으로 예치하고 갱신해 왔다. 내년 초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달러당 200원가량의 환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외화 예금이 제시한 금리까지 합하면 수익률이 2년여간 약 20% 정도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이 살 때 기준(우대환율 미적용 시) 1500원을 돌파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시점은 다르지만 20일, 21일 모두 살 때 기준 1500원을 넘겼다. 20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평균 1455.9원(오후 3시 반 기준)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직후인 1월(1455.5원) 이후 최고치다. 연평균으로는 2009년 3월(1453.35원) 이후 16년여 만이다. 고환율은 뉴노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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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형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 지점장은 “글로벌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출 중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담과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의 높은 변동성, 즉 달러 인덱스 상승폭보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현저히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통장 개설부터 달러 예금·보험 관심 높아져
수시로 달러를 사 모을 수 있는 외환 통장도 인기다. ‘토스뱅크 외환 통장’은 지난해 1월 출시된 이후 2025년 9월 기준 284만 좌가, 카카오뱅크의 달러박스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이래 10월 기준 117만 좌가 발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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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달러 매입에 나서는 건 모바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끔 편의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직장인 강 모 씨는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외환 통장을 내놓고 있는데 달러를 사고팔기가 손쉬워 1000만 원 정도의 자금으로 나름의 매수와 매도 기준을 정해 이하로 떨어지면 사고, 이상으로 올라가면 파는 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보험에 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5대 은행에 따르면 올해(이달 17일 기준) 달러 보험 상품 누적 판매액은 1조4732억 원에 달한다. 올 판매 실적이 지난해 연간 판매액(9506억 원) 대비 약 55% 늘었다.
투자자들 “달러 자산 비중 늘릴 것”
직장인 김 모 씨는 환율 안정기에 미리 환전해 적립해 둔 달러 여유자금 등으로 올해 초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한 해외 부동산을 구매했다. 매달 3만 달러(약 4426만 원)가량의 월세 금액을 수령하고 있다. 최근 달러 급등으로 환율 포지션에 따라 원화 수익도 증대됐다. 올해 5월 기준 환율 대비 약 7% 정도 환차익 발생했다. 김 씨는 “해외 자산 비중을 약 10%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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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을 담은 주가연계증권(ETF)은 하나쯤 드는 분위기다. 40대 이 모 씨는 투자 포트폴리오 20%를 미국 국채 10년물 ETF에 5%씩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ETF와 나스닥 ETF에 분배 중이다. 미 달러 무위험 지표(SOFR) 금리 연동 ETF 20%와 금 현물도 보유하고 있다. 이 씨는 “달러 강세 구간에선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약세 구간에선 저점 매수 기회가 생겨 전체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동아일보 유튜브 ‘머니 가이드 포 영올드’에 출연해 “중장기적으로 달러가 지금보다 강해질 확률이 어떻게 되느냐의 질문은 달러 자산을 얼마나 가져가느냐의 문제”라면서 “투자자가 그 확률이 20∼30% 정도 있다고 믿는다면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자산을 20∼30% 가져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