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원화 구매력 낮아져 한은 27일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달러와 원화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4.1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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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하며 지난달 실질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1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5.6원으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에 원화의 구매력과 경쟁력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의 원화 실질 실효환율(REER)은 89.09로 집계됐다. 실질 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주요 교역 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낸 환율이다. BIS는 세계 주요 교역국의 물가 수준과 무역 비중을 반영해 실질 실효환율을 산출한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원화의 실질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실질 실효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졌던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3.6%(51.2원) 상승한 만큼 이달 실질 실효환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이르면 24일 회의에서 환율 안정 대책을 논의한다. 2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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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국민연금 ‘환율 대책회의’ 이르면 오늘 개최
원화 실질가치 하락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 동원 논의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 동원 논의
BIS가 통계를 발표하는 주요 교역국 64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지난달 실질 실효환율이 낮은 곳은 일본(70.41)과 중국(87.94)뿐이었다. 중국은 올해 4월부터 86∼87 선을 오갔으나, 일본은 4월 75.8이었던 실질 실효환율이 이달 급격하게 하락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 기조로 엔화가 약세 흐름을 보인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개인, 기업, 연기금 등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발생한 달러 수급 불균형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만 12조2990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45억6445만 달러(약 6조7188억 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주식시장에서 달러와 원화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원화 약세 요인 5가지로 무역 불확실성, 미국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엔화 약세에 대한 연동, 외화 유출, 외국인 투매를 꼽으면서도 이 중 외화 유출과 외국인 투매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달러는 완만한 약세가 예상되지만 정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외 투자가 주도하는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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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