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관련 여당의 거친 표현… 여과없이 제목에 쓰는 것 삼가야 신규주택 공급난 이유 잘 짚어… 정책 제안까지 함께했어야 기사에 인용하는 전문가 의견… 같은 인물 반복 등장 아쉬워
17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등과 관련된 보도 내용을 두고 토론했다. 왼쪽부터 권석준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석병훈 정원수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은봉 위원=10월 21일 자부터 여섯 번에 걸쳐 보도한 〈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기획은 흥미로운 기사였습니다. 인구 문제를 다룰 때는 대개 국가를 단위로 접근합니다. 그런데 이번 기획 시리즈는 국가가 아닌 도시를 단위로 접근한 점이 참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발전 정책과 함께 인구 소멸 문제가 분명히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 시리즈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궁금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이번 시리즈를 위해 루가노(스위스), 무소멜리(이탈리아), 오울루(핀란드), 질롱(호주), 말뫼(스웨덴), 도야마(일본) 등 해외의 6개 중소 도시를 직접 찾아 취재했는데, 이들 도시를 선정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석병훈 위원=〈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시리즈는 돋보인 기획이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정책에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첫 회가 다룬 루가노 편을 보면 이 지역 상점들에 가상자산 결제용 QR코드 단말기,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이 설치돼 있다고 나오는데 이런 것을 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상자산 스타트업이 몰려와서 생태계를 이루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창업이나 구직과 관련한 세제 혜택, 정책 지원도 함께 있었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과 관련해서 많은 양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개혁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여당의 강경파들이 쏟아내는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을 그대로 제목에 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9월 15일 자 A5면 〈與 강경파, 노골적 사법부 때리기 “내란공범 조희대 물러나야”〉 기사가 그렇습니다. 제목만 본 독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공범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9월 25일 자 A1면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조희대 압박 수위 높인 與〉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한 “대법원장이 뭐라고 호들갑”이라는 표현이 작은 제목으로 나옵니다. 발언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여당의 강경파들이 사법부를 공격하면서 사용하는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을 여과없이 제목에 다는 것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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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자 A6면 〈신생아 특례대출도 줄었다, 6·27대책 석 달 만에 83% 급감〉 기사도 좋았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신혼부부들의 주거 사다리와 자산 사다리를 끊고 있다는 내용인데 이렇게 되면 출산율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잘 지적했습니다.
10월 20일 자 A6면 〈구윤철 “보유세 부담 크면 집 팔 것”…선거 급한 與 “인상 논의 안 해”〉 기사와 10월 22일 자 A5면 〈與 덮친 보유세 포비아…“잘못 건드리면 수도권 민심 큰 영향”〉 기사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이 보유세 인상에 거리를 두려고 하는 입장 차이가 잘 나와 있습니다. 경제 논리로 수립해야 할 부동산 정책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현실을 보여준 기사입니다.
이준웅 위원=10월 2일 자부터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검찰개혁, 범죄 피해자에게 묻다〉 기획 시리즈는 실제로 범죄 피해를 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검찰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였습니다. 범죄 피해자들이 피해를 구제받기까지 법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수사기관 간의 사건 떠넘기기로 인한 피해 회복 지연 등의 문제를 구체적인 사례 없이 전달했다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쪽의 정략적인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범죄 피해자에게 묻다’라는 형식으로 잘 정리했습니다. 자칫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오히려 더 큰 불행을 초래해 제도 개혁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기사였습니다. 검찰개혁과 관련된 법률 및 정책 입안자들도 이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석준 위원=9월 29일 자 A1면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이중화 미비’가 피해 키웠다〉 기사는 불이 났을 때 다른 지역센터에서 시스템을 이어받아 가동하는 ‘이중화’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점을 잘 분석했습니다. 다만 화재가 초기에 진압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한 분석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국가 주도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전국 곳곳에 짓게 됩니다. 지방 권역별로 대여섯 곳 이상을 건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산 인프라뿐 아니라 전력과 통신 인프라까지 들어서게 됩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를 계기로 AI 데이터센터에는 어떤 대비가 있어야 하는지를 다루는 기사도 필요해 보입니다. 화재뿐 아니라 단전, 침수, 냉각수 공급 중단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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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위원=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관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잘 보도했습니다. 팩트시트를 보면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라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제품 수입을 규제할 때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입니다. 미국은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주민들의 강제 노동으로 값싼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팩트시트에 들어갔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관련 제품의 수입을 규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을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최 위원=‘캄보디아 범죄 사태’와 관련해 10월 21일 자 A12면에 〈캄보디아行 한인, 年3000명 안 돌아와…“범죄 연루 1000명 넘을 듯”〉 기사가 실렸습니다. 읽고 나니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나라로 간 것인지, 캄보디아에서 범죄 피해자가 됐는지, 아니면 가해 그룹에 관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필요해 보여 후속 기사를 기대해 봅니다.
권 위원=해마다 10월쯤이면 노벨상 수상자와 관련된 기사들이 보도됩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 기사들은 대부분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여주는 내용들입니다. 이런 요소가 있더니 이런 결과(노벨상 수상 업적)가 나오더라 하는 식이죠. 그런데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반영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심층 보도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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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참석자〉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위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사회
이종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위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사회
이종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