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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량 중인 복서는 말린 표고를 물고 하루를 겨우 버틴다 한다 저녁이 되면 접시에 버섯을 뱉는데 몽실몽실한 것들이 접시에 구른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버티고 나면 침이 말라 표고도 부풀지 않는데 스테인리스 그릇에 표고를 뱉으면 깡깡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바로 그때 복서는 새처럼 가볍다 귀와 코에 폭포와 벼랑을 달고 아주 작은 풀벌레 소리도 듣는다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그렇게 떠났다
―고명재(1987∼ )
시인이 되기 전 고명재 시인은 오직 시인이 되기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시를 썼다고 한다. 그건 어떤 일인가? 표고를 입에 물고 종일 고된 훈련을 하는 복서의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복서가 정신과 육체를 단련시킨다면 시인은 영혼과 감각기관, 몸의 에너지(기·氣)를 단련시킨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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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간절한 사람들은 새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귀와 코에 폭포와 벼랑을 달고 아주 작은 풀벌레 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으려면 새가 되는 수밖에 없다. 시인이 사랑했던 이들도 결국 이렇게 가벼워진 채 떠났다니, 아름답지 않은가. 날 수 있을 만큼 존재가 가벼워진 자들과의 이별.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