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역대 최대 수출 ‘K소스’… 연간 수출액 4억 달러 돌파 눈앞 FT “고추장은 차세대 매운 소스”… ‘현지화 전략’으로 139개국 수출 ‘발효’ 기반 프리미엄 소스로 확장… 현지 마트-편의점서 일상 재료로 K컬처 인기가 K소스 확산 시너지… 가정용 넘어 외식 시장까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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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입맛 사로잡은 K소스
고추장과 김치 소스, 쌈장 같은 한국식 양념이 전 세계 식탁을 사로잡으면서 K소스가 연간 수출액 4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저염, 비건, 글루텐프리 등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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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요리 유튜버의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고추장이 사용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김밥, 떡볶이, 라면 등 K푸드가 전 세계 인기 음식으로 급부상하면서 불닭소스뿐만 아니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한 맛이나 특유의 향 때문에 외국인들이 생소하게 여겼던 고추장·쌈장 같은 K소스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 ‘발효’ 앞세워 프리미엄 소스로 확장
K스타일 매운 소스를 알리는 데 기여한 삼양식품의 불닭소스는 라면 제품을 통해 형성된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빠르게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소스 제품. 왼쪽부터 핵불닭소스, 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삼양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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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 고추장과 간장처럼 발효를 기반으로 한 K소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웰니스’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식품 기업들이 선보인 저염, 비건, 글루텐프리 제품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형 유통 매장인 트레이더 조는 올해의 레시피로 ‘꿀 고추장 콘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선정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단순히 매운맛이 아닌 발효에서 비롯되는 복합적인 풍미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효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식 장류의 가치는 더욱 부각됐다. 김치와 고추장 소스는 ‘건강한 발효 양념’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추장을 “스리라차 이후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매운 소스”라고 평가했다. FT는 “고추장은 단순한 핫소스가 아니라 레이어가 풍부한 소스로, 전통 발효 양념이라는 특징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Z세대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매운맛 자체를 ‘체험’으로 소비하는 중이다. 틱톡·유튜브의 ‘불닭소스 챌린지’, ‘고추장 누들 챌린지’ 영상들은 수백만 조회 수를 보이며 한국식 소스를 글로벌 유행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BBC는 “K푸드, K팝, K드라마, 유튜브 먹방이 한국식 소스 확산을 밀어붙이는 K컬처 시너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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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넘어 외식 시장까지 확장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외식박람회 NRA에서 CJ제일제당이 운영한 ‘서울풀리’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K소스를 시식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전통장·고기양념장·떡볶이·치킨소스 등 K소스 라인업을 6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고추장은 해외 소비자가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했다. 미국에서는 디핑소스나 드리즐에 익숙한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튜브형 고추장, K바비큐 드리즐 등으로 내놨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고기양념장은 한국식 맛은 유지하면서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쯔란, 흑후추 등을 첨가하고, 고기를 재는 용도가 아닌 ‘볶음용 소스’를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인 닭갈비 양념을 선보이고, 야키니쿠 식문화에 맞춰 ‘바르는 소스’로 선보였다.
샘표는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소스를 앞세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콩을 자연 발효한 ‘연두’는 채소 요리를 쉽고 맛있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홀푸드·크로거·HEB 등 미국 주요 유통망에 입점했다. 샘표 유기농 고추장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조절하고 짠맛을 낮춘 레시피로 현대적 감칠맛을 구현해 영국 ‘그레이트 테이스트 어워즈’ 대상, 유럽 ‘베지 어워즈’ 최우수상 등을 받으며 글로벌 프리미엄 고추장 시장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김치앳홈(Kimchi@Home)’과 완두콩으로 만든 ‘완두간장’이 글로벌 혁신제품에 선정되며 ‘발효 K소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동원홈푸드 ‘비비드키친’ 부스에 전시된 비건 소스와 한식 퓨전 소스를 맛보고 있다. 동원홈푸드 제공
국내 식품기업들은 K소스를 가정용 이외에 외식, 급식 시장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시스코’와 ‘닷푸드’ 등 글로벌 식자재 유통사에 고추장 소스를 공급하며 외식업체에도 진출했다. 5년 전 100개 미만이었던 한식 레스토랑이 최근 3배가량 급증한 영국에서는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 ‘잇슈’ 80여 개 매장에 쌈장 소스를 제공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샘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서 한국 음식 수업이 열리고 있다. 샘표 제공
정부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K소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맞춤형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2019년부터 ‘소스·전통장류 혁신성장 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장류·소스 기업에 기술 및 수출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4건의 기술 지원을 통해 6건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1년 사이에 유럽에서는 고추장과 김치 소스, 동남아 쪽에서는 고추장 소스 신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K문화가 주목받으면서 기존에도 인기 있었던 불닭소스뿐만 아니라 더 한국스러운 맛들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