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계 마석도’ 황희태 감독과 수제자 ‘천둥 번개맨’ 이준환 황, 강력계 형사 거친 ‘유도 레전드’… 세계선수권-亞대회 연달아 제패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없어… 2021년 감독부임후 “한 풀어달라” 이,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세계유도연맹, ‘번개맨’ 별명 지어줘 동급 최강 나가세 연파하며 유명세… “내년 생애 첫 메이저대회 金 도전”
황희태 한국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왼쪽)과 2024 파리 올림픽 81㎏ 이하급 동메달리스트 이준환이 최근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준환은 황 감독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순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돼지가 방귀를 뀌면? 돈가스….” 최근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만난 황 감독은 인터뷰 중간에도 수시로 ‘아재 개그’를 던지며 타고난 예능감을 숨기지 못했다.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 마석도(마동석)를 닮아 ‘유도계 마석도’로 불리는 황 감독은 실제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강력계 형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경찰차 탑승을 거부하는 범인을 ‘반으로 접어’ 태웠다거나 그가 등장하자 다급히 “잡힐게요!”를 외치며 도망을 포기한 범인이 있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황 감독이 진짜 존재감을 발휘하는 무대는 방송 스튜디오도, 범죄 현장도 아닌 유도 매트다.
2003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90kg 이하급에서 정상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한 황 감독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제패했다. 그런 황 감독도 선수 시절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1년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후 선수들에게 “너희가 꼭 내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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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신뢰는 대표팀 벤치에서도 드러난다. 황 감독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등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머리를 쥐어짠다. 거칠어 보일 수 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긴장을 풀기 위해 거치는 ‘필수 의식’으로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그의 지도 아래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한 선수는 파리 올림픽 남자 81kg 이하급 동메달리스트 이준환(23·사진)이다. 세계유도연맹(IJF)은 신인 시절 재빠르고 과감하게 기술을 시도하는 이준환을 두고 ‘번개맨’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황 감독은 “이제는 근력과 힘을 갖춰 더 탄력 있고 임팩트 있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천둥 번개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이준환은 아직 메이저대회에서 금메달을 손에 쥔 적이 없다. 세계선수권에서도 3년 연속 동메달(2023∼2025년)에 만족해야 했다. “솔직히 메달 색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한 그는 ‘일체유심조’(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란 말을 가슴속에 품고 몸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손가락이 아파 취미로 즐기던 피아노와 기타도 내려놓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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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