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명 탑승’ 좌초 여객선서 구조된 승객들 사고 전후 상황 증언
19일 오후 승객과 선원 등 267명을 태운 대형 카페리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된 직후 선내 모습. 스레드 캡처
19일 오후 8시 16분경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 씨(55)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승조원들이 당황해 승객을 갑판으로 불렀다가 실내로 다시 부르는 등 제각각 지시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승조원) 대부분이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서 헷갈린 것 같다”며 “초동 조치는 분명히 미흡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됐다. 사진출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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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승객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사고는 별다른 예고 방송 없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야외 선미 측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 씨는 “(사고 순간)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3m가량 튕겨 나갔다”며 “아무런 사전 고지가 없어 사람들 모두 우왕좌왕 했다”고 말했다.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정용 씨(67)도 “(방송이 없어) 선내에서 쉬던 사람들이 모두 나동그라졌다”며 “물건들도 모두 흐트러져서 난장판이었다”라고 밝혔다.
사고 직후엔 ‘상황 파악중’이라는 안내 방송만 나와 혼란과 공포가 커졌다. 승객 박 씨는 “사고 순간 배가 무언가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배 밖에 나오니 섬에 올라타 있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하나 씨(23)는 “사고 직후 세월호가 떠올랐다”며 “바로 안내실로 갔지만 승조원들도 상황을 알지 못해 ‘파악 중이니 대기해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된 후 구조된 탑승객들이 육지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19 뉴스1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를 겪은 승객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승객 이모 씨(45)는 “사고 후 조치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운이 좋아서 선박 균형이 잡혔지만 좌우로 (선체가) 치우쳤으면 선내 차량 때문에 (구조 전) 배가 전복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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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월호 사건 당시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섰던 어민들은 이번에도 사고 직후 구조에 나섰다.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 ‘뉴송림호’의 선장 김용수 씨(71)는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 인근 장산면사무소 관계자 등과 함께 어선을 끌고 구조 지원에 나섰다.
20일 전남 목포 삼학여객선부두에서 신안 족도에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 사고관련 목포해경과 국과수 과학수사요원들이 경비정을 타고 해상에서 충돌부위 등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다른 어민들 역시 “여객선이 멈춰 섰다”는 말을 듣고 자발적으로 구조 지원에 나섰다. 김 씨 등이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땐 해양경찰이 퀸제누비아2호 뒤편에 줄을 묶고 한창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해경이 “와줘서 감사하나 구조는 해경의 몫”이라며 사양해 어민들이 실제 구조 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어민들은 근처에서 뜬눈으로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배가 좌초한 족도 주변엔 암초가 많아 어선 사고도 잦은 만큼 어민들은 ‘전문 구조단’도 자발적으로 구성해 활동 중이다. 현장에 출동했던 장산면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자주 드나들던 섬이라 지리에 익숙해 인양 작업을 도왔다”며 “(퀸제누비아2호가) 조금만 더 북쪽에서 좌초했다면 배를 인양하기도 어려울 뻔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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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목포=조승연 기자 cho@donga.com
목포=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