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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대장동 싸고도는 ‘변호인 정부’, 김건희 싸고돌던 검찰정권

입력 | 2025-11-19 23:21:00

‘변호인 5인방’ 금배지 달고 호위무사 노릇
변호인 출신 보좌관 “항소 포기 개입 없다”
이 대통령, 측근 정진상 “안아보자”며 신뢰
‘V0’ 싸고돈 尹의 검찰 정권과 뭐가 다른가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메모하고 있다. 2025.11.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번 ‘항소 포기 사태’만 없었다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은 그냥 잊힐 수도 있었다. 대선 직후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서다.

중요한 건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느냐다. 불행한 역사에 지친 다수 국민은 재임 중 잘못 아닌 일로 전직 대통령이 또 불행한 결말을 맞는 걸 원치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충성 경쟁하듯 밀어붙이던 ‘재판중지법’을 대통령실에서 중지시킬 때, 그래도 이 대통령은 공선사후(公先私後)구나 싶어 안도한 것도 사실이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이런 평화를 흔들어 버렸다. 대장동 일당에게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은 이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외압 진실 규명은 전임 윤석열 정권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야 가능해질 공산이 크다.

항소 사태로 인해 대장동 사건과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시 보인다. 무엇보다 변호인단 상당수를 공직자로 변신시켜 혈세 봉급 받으며 호위무사 노릇 하게 만든 선견지명이 놀랍다.

2023년 9월 26일 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할 당시, 박균택 조상호 이승엽 변호사 등이 동행했다. 그때 그 박균택과 이건태 김기표 김동아 양부남은 2024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고 이 대통령 관련 검사들 상대로 ‘탄핵 청문회’를 여는가 하면 ‘항명’ 검찰 징계, 배임죄 폐지, 대법관 증원 등 사법 시스템까지 뒤흔들 태세다.

공천 경선에서 좌절한 조상호는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민정비서관) 이장형(법무비서관) 전치영(공직기강비서관)과 더불어 대통령민정수석실에 몸담았다가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꽂혔다. 항소 사태가 터지자 조상호는 방송마다 등장해 장관의 “신중 판단” 의견을 외압 아닌 “당연한 의사 교섭 과정”이라고 강변하면서도 자신이 대장동 변호인 출신임을 밝히지 않았다. 헌법재판관으로 검토됐던 이승엽은 스스로 고사했지만 재판소원제가 도입될 경우 대통령 편에 서라는 용도가 분명하다.

대통령실에선 당연히 이번 사태에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변호인 출신이 즐비한 민정수석실에서 놀고 있었을 것 같지 않다. 1년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에 검찰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민주당은 대통령실, 법무부와 협의한 것 아니냐고 질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 정부’가 사법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사 구분 못 하고 세금과 인력, 에너지를 허비하는 형국이다.

어떤 비판도 못 들은 척 신상필벌을 밀어붙이는 ‘이재명은 합니다’ 리더십도 놀랍다. 항소 사태에 관여한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은 19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비충성파 공직자들을 가려낼 ‘헌법 존중 정부 혁신TF’에도 대통령은 힘을 실어줬다. 위헌 논란과 공포 분위기 속에 충성 경쟁을 일으키고 내 사람을 가려 꽂는 고도의 용인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측근에게 전권을 주는 이 대통령의 위임정치와 사람 보는 눈은 우려스럽다. 대장동 일당 1심 판결문은 “이재명이 유동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기면서 자신 또는 정진상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실무 권한을 부여했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실세 측근 정진상이 대장동 범행에 공모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판결문엔 정진상과 김용 유동규 김만배의 의형제 모임을 19번이나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정진상 김용에게 배신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기이하게도 이 대통령은 2023년 10월 대장동 관련 첫 공판에서 재판장 허락 아래 정진상을 안아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진상만 입을 다물면 이 대통령은 완전무결한 것이다. 유동규에게 실무 권한을 주고도 이 대통령은 대장동 농간을 알지 못했다니, 국정도 그렇게 운영할까 두렵고 무섭다.

전임 대통령 윤석열도 검찰과 측근 다루는 데는 이 대통령 못지않았다. 대통령실은 물론 법무부 법제처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 요소요소에 검찰 출신을 앉혔으나 김건희 비리 의혹을 막지 못했고 끝내 친위 쿠데타로 자폭했다.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는 데 전념하는 대신 재판 문제에 골몰한다면, 궁극의 해결책은 계속 집권밖에 없다. 대통령 변호인 출신 법제처장 조원철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시 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국민주권정부’를 내세운 이 대통령이 그런 개헌을 염두에 두고 ‘변호인 정부’를 만든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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