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에브리싱 랠리’] 처분 소식에 엔비디아 1.88% ↓ ‘빅쇼트’ 모델 버리도 AI 하락 베팅
엔비디아 일일 주가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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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물 창업자 집단인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가 최근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틸이 엔비디아 지분을 모두 처분하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17일(현지 시간) 틸의 헤지펀드 틸 매크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틸은 3분기(7∼9월) 엔비디아 주식 전부(53만7742주)와 테슬라 주식의 76%(20만7613주)를 매각했다. 또 AI 데이터센터 관련주로 묶이는 전력발전기업 비스트라의 지분도 전량(20만8747주) 팔았다.
벤처 투자자인 틸은 핀테크 기업 페이팔과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를 창업했고 페이스북(현 메타), 방산기업 안두릴, 소셜미디어 링크트인 등의 초기 투자자다. 틸이 엔비디아 지분을 모두 내놨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17일(현지 시간) 1.88% 하락했고 장외시장에서도 약세를 이어 갔다. 다만 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새롭게 투자하는 등 빅테크 투자를 완전히 정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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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풋 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한 사실도 AI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큰 수익을 냈고, 영화 ‘빅 쇼트’의 모델이기도 하다.
버리는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가끔은 거품이 생기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유일한 승리의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쓰며 AI 버블을 본격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달 11일에는 메타, 구글, 오러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감가상각 기간을 인위적으로 늘려 영업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요 빅테크는 2020년 3∼5년이던 서버용 GPU의 감가상각 기간을 올해 5∼6년으로 늘렸다. 버리는 이를 통해 2026∼2028년 1760억 달러 규모의 감가상각을 인위적으로 줄였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이달 25일 추가 자료 공개를 예고하고 헤지펀드를 청산하며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벗어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