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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달러 넘던 비트코인, 9만달러 깨져… 올 상승분 모두 반납

입력 | 2025-11-19 03:00:00

[흔들리는 ‘에브리싱 랠리’]
美기술주 하락에 코스피도 출렁… 치솟던 금-은 가격도 동반 추락
‘월가 공포지수’ 1주일새 27% 상승… ‘AI 진실의 순간’ 엔비디아 실적 촉각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 곡선으로 표시돼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7개월 만에 장중 9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거센 금융시장 매도세(selloff)에 모든 것이(everything) 휘말렸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상자산, 금, 기술주 등이 17일(현지 시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달만 해도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한창이었지만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모두 팔리며 가격이 떨어지는 ‘에브리싱 셀오프’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시장이 흔들리자 이날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한 주 전에 비해 27.2% 급등한 22.38까지 올랐다. 심리적 저항선인 20을 넘기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 가상자산 시총 한 달 새 769조 원 증발

가상자산 대표주인 비트코인은 지난달만 해도 개당 12만6000달러였지만 18일 오후 4시 기준 8만9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24시간 전에 비해 5.9% 하락한 것이다. 이는 고점 대비 29% 떨어진 수준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0월 19일∼11월 18일)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5246억 달러(약 769조 원) 증발했다.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이더리움과 리플(XRP) 등 주요 가상자산도 24시간 전 대비 각각 6%, 5%가량 하락하며 고전했다.

미국 기술주도 하락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0.84%와 0.92% 하락했다. WSJ에 따르면 이 두 지수는 이날 138거래일 만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50거래일의 종가 평균을 반영한 ‘50일 이동평균선’보다 낮아지면 조정이나 하락 추세로 해석된다.

뉴욕 증시가 힘을 못 쓰자 코스피도 4,000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18일 전날 대비 3.32% 하락해 3,953.6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달 3일(4,221.87)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외국인은 이날도 55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뜨거운 상승세를 보였던 금과 은 가격도 여지없이 추락했다.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현물은 18일 트로이온스당(약 31.1g) 4000달러 선에서, 은 현물은 4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금은 지난달 4300달러, 은은 54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바 있다.

● 美 경제 먹구름 우려가 원인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에브리싱 랠리가 주춤한 것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시장의 우려는 기준금리의 향방이다. 당초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선호) 신호에 시장은 동결 전망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기준금리 등 시장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4년 주기로 반복되는 반감기 영향도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반감기 후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하는 현상을 반복해 왔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여전하다. 아마존은 이날 AI 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약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3년 만에 대규모로 돈을 빌려 AI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 시장에선 AI 투자 과열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결국 한국 시간 20일 오전 7시에 나오는 엔비디아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가 AI 거품론 진위를 가늠할 ‘진실의 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또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그간 발표되지 못했던 9월 고용지표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시간 20일 오후 10시 30분에 나오는 고용지표는 미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한 방향타로 꼽힌다.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영향을 준다.

‘에브리싱 셀오프’는 조정 국면일 뿐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에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주가 조정”이라며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고용지표 발표 뒤 ‘안도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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