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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 강타한 홈런 2방… 안현민, K-거포 자존심 지켰다

입력 | 2025-11-18 03:00:00

류지현호, 日과 2차례 평가전 결산
국제무대서 통하는 ‘우타거포’ 발견… 日감독도 “이미 메이저리거급”
차세대 타선 경쟁력은 입증했지만, 이틀간 볼넷 23개 마운드는 숙제



안현민(KT)은 15,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6타수 3안타(2홈런) 3볼넷으로 활약하며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한 자리를 예약했다. 안현민은 1차전 때 선제 2점 홈런을 날렸고(왼쪽 사진), 2차전에서는 8회말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도쿄=뉴스1


“오른손 타자가 없다고 하니 키워 주신다는 느낌으로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7월에 만난 안현민(KT·22)은 ‘태극마크’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애원’에 가까운 답을 내놨다. 올 시즌 타율 0.344, 22홈런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안현민은 작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국가대표는커녕 청소년 대표로 뽑힌 적도 없었다.

하지만 15,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안현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거포로 떠올랐다. 생애 첫 한일전이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K-거포’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안현민은 15일 첫 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0-0으로 맞선 4회초 모리우라 다이스케(히로시마)를 상대로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선제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해 히로시마의 필승조로 활약한 모리우라는 2승 3패 1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한 수준급 왼손 투수다.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5-7로 패색이 짙던 8회말 오른손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를 상대로 다시 홈런을 작렬하며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의 함성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주니치 에이스인 다카하시는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주 무기로 올해 8승 10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한국은 9회말 2사 후 김주원(23·NC)이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면서 최근 일본전 연패를 ‘10’에서 막을 수 있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영양가 만점짜리 홈런을 친 안현민은 일본 투수진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대회 전부터 안현민을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1차전이 끝난 후 안현민에 대해 “이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급”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에서도 8회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투수들은 안현민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안현민은 이날만 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안현민은 거포이면서 발도 빠르다. 안현민은 고교 3학년 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에서 도루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대회 2차전 때도 3회말 3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1루 주자 송성문(29·키움)과 더블스틸로 홈을 훔치며 일본 배터리의 허를 찔렀다.

일본 언론들도 안현민을 주목하고 있다. 도쿄스포츠는 “두 경기 연속 호쾌한 홈런을 쏘아 올린 안현민이 한국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며 “22세의 젊은 타자는 일본을 상대로 장타력을 각인시켰다. 타석에 서 있을 때 풍기는 ‘거포의 아우라’가 상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와는 달리 인사성 밝은 반전 매력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안현민은 경기장에서 만나는 일본 관계자나 취재진에게 일본어로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밝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안현민은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중심 타선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WBC에는 마이크 트라우트(34·LA 에인절스), 에런 저지(33·뉴욕 양키스) 등 안현민이 동경해 왔던 MLB 선수들도 미국 팀 소속으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안현민은 17일 귀국 인터뷰에서 “(일본전이) 무척 재미있었다. 꿈의 무대인 WBC에 꼭 나가고 싶다. 만약 대표팀에 뽑히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의 두 경기에서 송성문과 김주원 등이 홈런을 치는 등 일본 타선과 대등한 싸움을 했다. 다만 투수들은 이틀간 4사구 23개를 내주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내년 WBC까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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