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발탁, ‘특별한 임무’ 주어졌을까 ‘금요일 밤의 진실’ 언젠가 드러날 것
정원수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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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장도 아니고 휙 날아갈 사람인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14일 퇴임한 노만석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4개월 넘는 검찰총장 권한대행 직무 수행 중에 이런 얘기를 종종 했다고 한다. 검찰 수뇌부를 향해 불만이 제기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자신은 총장이 아니라는 걸 핑계 삼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 전 차장은 검찰청 폐지 등 여권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검찰의 임시 수장이라는 무게를 회피하려고 하는 노 전 차장을 중심으로 검찰이 하나로 뭉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올 7월 4일 자로 단행했는데, 당시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던 노 전 차장의 대검 차장 발탁은 의외였다. 우선 정권 교체 직후 직전 총장의 참모를 검찰의 새 수장으로 발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석방 조치에도 이례적으로 불복 조치를 하지 않은 전임 검찰총장의 참모였다. 노 전 차장이 당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법무부 설명대로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실현할’ 인사에 노 전 차장이 어떤 경위로 포함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 전 차장과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 전현직 검사들의 노 전 차장에 대한 평가였다. 노 전 차장이 언젠가 차기 총장이 될 수 있다거나, 총장 임명 없이 노 전 차장이 계속 총장 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에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리더십도, 경험도 없다”며 대부분 부정적으로 답했다. “다른 유력 후보군을 제치고 노 전 차장이 발탁된 배경엔 정권 핵심 인사가 있다”는 말도 그즈음 나왔다. 준비되어 있는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한 자리는 사양하는 것이 최우선 방책이지만 노 전 차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발탁 인사에 따른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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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보다 못한 리더가 계속 나오는 조직이 몰락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다. 전전(前前) 총장은 소금 같은 검찰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의혹투성이 영부인을 불기소했다. 전(前) 총장은 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석방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그 뒤의 총장 대행은 기본적인 책임감조차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검찰청 폐지가 100% 총장 탓은 아니었더라도, 만약 검찰 수장들이 그 순간에 정반대 선택을 했다면 검찰의 운명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노 전 차장은 퇴임식 때 구체적인 설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해 침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만 하더라도 검찰 외부의 간섭 의혹이 있었고, 그건 언젠가의 문제일 뿐 진상 규명 없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 됐다. 이럴 때 침묵하는 것은 외압 의혹을 더 키울 뿐 아니라 노 전 차장에게도 가장 위험하고 비겁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