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하나은행 감독(가운데)이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BNK 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포토 타임’ 때 양인영(왼쪽), 김정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007년생 고졸 신인만 세 명 뽑았다. 13일 인천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제 딸도 스물일곱 살인데”라고 웃으며 “그래도 아이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재미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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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는 이 감독이 부임 이후 첫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8-1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성적이 그렇게 널을 뛰고 나니 사람이 미치겠더라. 재계약은 했고 부담은 있는데 그 부담이 혼자 쌓였다”며 “그럴 때 오히려 여유를 갖고 선수들과 대화도 더 많이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그래서 더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상범 감독.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하나은행을 맡을 만한 농구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은 ‘팀을 맡아달라’며 이 감독을 다시 찾아왔지만 그때도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일본에 가느냐, 국내 팀 단장 자리를 맡느냐’의 선택지만이 있었다. 특히 일본 팀과는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을 뿐 사실상 합의까지 마친 단계였다. 여기에 갑자기 선택지 하나가 추가하기는 버거웠다. 이 감독은 김 단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있었는데 도전을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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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현장이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
이상범 감독(오른쪽)이 하나은행 사령탑을 맡기로 하면서 필수조건으로 세운 건 정선민 코치의 영입이었다. 하나은행 제공
이 감독은 “구단에 정 코치가 승낙을 안 하면 저도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 구단이 ‘정 코치가 혹시 안 된다고 하면 구단에서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했다. 결국 이틀 뒤 정 코치가 결심을 굳히면서 이상범호가 출범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팀 훈련은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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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17일 우리은행과 안방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