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의원들 엡스타인 파일 입수 트럼프 “셧다운 시선 돌리려 사기극” 하원의장 “다음주 문건 공개 표결”
지난 199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억만장자 출신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 출처=CNBC 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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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성범죄 의혹으로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월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행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이메일이 12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사기”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하원은 다음 주에 법무부가 엡스타인에 관한 모든 기록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엡스타인의 유산 관리인이 제출한 파일에 담긴 그의 이메일 3통을 공개했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연인 겸 성착취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성착취) 피해자가 그(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고 썼다. 또 “아직 짖지 않은 개(a dog that hasn’t barked)가 트럼프라는 걸 알아두기 바란다”며 대통령을 폄훼했다. 엡스타인은 체포 직전인 2019년 1월 언론인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트럼프가) 그 ‘소녀들’에 대해 알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재집권하면 엡스타인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자신했다. 재집권 후 기록 공개를 거부하며 이에 관한 모든 시도가 “민주당의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공화당,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숨기는 것이 있어 공개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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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2일 “다음 주 하원 본회의에서 문건 공개에 관한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체 435석인 하원에서 각각 219석, 213석을 차지하고 있다. 의석수가 6석밖에 차이 나지 않는 데다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공개에 찬성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이 높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소 수십 명, 많으면 10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문건 공개에 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