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아뉴센테니얼포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제 발표 “RWA 국제기준 맞추면 30조 여력… 모험자본 투자 보조금 절차 완화 금산분리 규제도 실용적 개선”
동아일보·채널A가 1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5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위해 금융권의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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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하는 ‘인내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의 주식 보유 위험가중자산(RWA) 적용 비율을 완화하겠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개최한 ‘2025 동아뉴센테니얼포럼’ 발표자로 나서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등 안전자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금을 주식시장, 벤처 투자 등 모험자산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금산분리 규제도 일반 지주회사의 근간을 흔들지 않은 선에서 실용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식 생산적 금융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선 주요 금융지주의 벤처 투자 실무자들도 참여해 살아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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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RWA를 산정할 때 기업 대출, 주식 등 비교적 모험적인 투자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은행들은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험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기업 대출, 주식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RWA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런 규제에 대해 “국제 기준보다도 우리나라는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이라며 “국제 기준에 맞추면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갈 수 있는) 30조 원의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주식 지분 투자는 좀 더 유리하게 하고, 부동산으로 가는 자금은 좀 더 불리하게 만들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또 “금융회사들이 모험 자본에 투자할 때 받는 정책 펀드 등 정부의 보조금은 금융감독원의 승인 없이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150조 원으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이 원장은 “투자 분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첨단 전략산업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유익한 포럼”이라며 “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잘 메모해 정책적,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그동안 한국 금융은 약탈적 금융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생산적, 포용적 금융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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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적 금융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우리나라도 실리콘밸리식 금융을 형태적으로는 갖추고 있다”며 “금융사들은 혁신 사업을 상용화하고 기업을 길러내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저성장 우려가 커진 한국에 벤처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승재 신한벤처투자 신한퓨처스랩 팀장은 “지금은 저성장 국면에서 막힌 돈의 흐름이 터지는 초창기”라며 “벤처 투자 특성상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국현 우리벤처파트너스 상무는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잘돼야 투자자 보호가 된다. 한국은 인수합병(M&A)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연기금 등 장기로 끌고 갈 수 있는 투자자 집단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이 잘 작동하려면 위험 자산으로 옮겨 모험 투자를 해 손실이 나도 임직원에게 최대한 면책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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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