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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스마트폰 광고에 단청-민화 접목…업계 ‘근본이즘’ 눈길

입력 | 2025-11-13 22:15:00


‘근본이즘’ 열풍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전통과 복고를 활용한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버커킹 코리아가 한국의 매운맛을 활용해 출시한 ‘한국맛 크리스퍼’ 신제품. 버거킹코리아 제공

전통문화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통·광고업계 전반에 ‘근본이즘(根本ism)’을 접목한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근본이즘은 화려한 마케팅이나 일시적 유행보다는 본질과 전통에 집중하는 소비와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전통을 입은 브랜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신제품 ‘한국맛 크리스퍼’ 광고에 궁궐이나 사찰 등 전통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단청 문양을 활용했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K푸드의 대표 격인 매운맛을 한국 전통문양으로 시각화해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민화 ‘일월오봉도’를 모티브로 한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 신제품 광고.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을 주제로 한 초대형 미디어아트에 한국적 전통을 접목했다. 병풍을 연상케 하는 영상에는 민화 ‘일월오봉도’를 모티브로 한 전통 풍경이 담겼다. 휴대전화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 한복을 입은 모델의 의상을 바꾸거나 갓과 댕기를 추천받는 등 현대 기술과 전통 미학을 한 데 엮은 것이 특징이다. 광고는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적 조회 수 900만 건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동서식품이 경주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팝업스토어 ‘맥심가옥’. 동서식품 제공

동서식품은 9월 경북 경주에 전통 가옥을 개조한 팝업스토어 ‘맥심가옥’을 열고 민화 부채 만들기, 생활한복 착용 등 체험형 콘텐츠를 운영했다. 한 달간 누적 방문객은 6만9000명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담은 복고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전통 요소를 적극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이 재출시한 카레맛 과자 ‘비29’. 농심 제공

농심이 2월 재출시한 ‘카레맛 과자 원조’인 스낵 ‘비29’는 출시되자마자 3개월 치가 한달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농심은 비29 판매 채널을 편의점을 포함한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1990년대 인기 스낵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을 30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오리온은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해 훈민정음 서체를 활용한 ‘고래밥’과 ‘초코송이’ 한정판을 한글날 기념으로 선보였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국가유산진흥원, 궁능유적본부와 함께 창경궁 앵도나무와 덕수궁 오얏나무 향기를 담은 ‘궁궐 향수’를 개발해 최근 출시했다. 코스맥스는 2016년부터 시작한 향기 복원 사업 ‘센터리티지’의 일환으로 궁궐의 꽃 향기를 직접 포집하고 데이터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근본이즘 관련 콘텐츠 열풍은 MZ세대를 중심으로 근본과 뿌리를 찾는데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누적 관람객은 사상 처음 500만 명을 돌파했고,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의 연간 총 관람객 수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트렌드코리아는 내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근본이즘을 꼽았다. 트렌드코리아는 “AI가 일상에 파고들면서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고전적 가치와 원조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자신이 살아보지 않았던 과거나 복고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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