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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 키운 동생, 생존 기대했는데… 소방관과 함께 울었다”

입력 | 2025-11-13 03:00:00

울산발전소 사고 유족들 눈물
시신 1구 추가 수습, 사망자 5명
첨단장비 동원해 나머지 2명 수색




12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희생자 김 모 씨를 애도하기 위한 화환이 도착해 있다. 2025.11.12 뉴스1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12일 오전 울산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 씨(63)의 빈소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김 씨의 여동생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영정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다음 날인 7일 오전, 위치가 확인된 매몰자 3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잔존 구조물의 붕괴 위험으로 수색이 지연됐고, 소방당국이 11일 보일러 타워 양측 2기를 발파한 뒤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김 씨의 아내는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쇠약해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큰누나(75)는 “동생은 7남매 중 여섯째였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업어 키웠다”면서 “뉴스를 봤을 때도 내 동생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울먹였다.

용접 기능공이었던 김 씨는 부산 출신으로, 젊은 시절부터 최근까지 울산 지역 각지의 공사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왔다. 이번에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를 위한 ‘취약화 작업’에 투입돼 25m 높이에서 작업하던 중 구조물 붕괴로 다른 근로자 6명과 함께 매몰됐다. 김 씨의 큰누나는 “소방관들이 매몰된 동생 신원을 확인해 주며 ‘못 구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을 때 우리 모두 울었다”며 “위험한 현장에서 끝까지 수색해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2일 오전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에서 수습된 매몰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에 앞서 구조대원들이 도열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5.11.12 소방청 제공/뉴스1

이날 오전 5시 19분경엔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 속에서 60대 남성 이모 씨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구조대는 전날 오후 10시 14분쯤 이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밤샘 작업 끝에 시신에 닿을 수 있었다. 시신이 안치된 울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고 발생 일주일째인 이날까지 매몰자 7명 중 공식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남은 2명에 대한 구조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구조대원 70여 명과 민간 해체 전문가 40여 명 등 110여 명이 투입됐고, 수색견, 매몰탐지기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차 붕괴 위험과 잔해물로 작업이 쉽지 않지만,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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