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로 무장한 K방산] 〈2〉 軍 넘어 영토확장 가속페달 KAI, 수리온 제작 국산율 65% 달성 소방 등 39대 납품… 이라크 수출도 LIG넥스원, 무인수상정 기술 축적… 한화에어로, ‘항공엔진 개발’ 도전
10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헬기동에서 백승철 헬기체계해석팀 수석연구원(왼쪽)과 박연수 동력전달시스템실 전무가 수리온에 기반해 제작된 해병대용 ‘상륙공격헬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헬기동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회전익동은 길이 155m, 너비 140m 규모로 헬기 조립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2012년 군용 헬기 수리온이 첫선을 보인 이후 민간 시장까지 수요가 늘면서 2019년 생산 시설을 확충한 것. 지난해 12월에는 이라크에 1358억 원 규모로 2대를 수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2012년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첫번째 사진)이 산림청 산불진화용(가운데), 경찰청 치안용(마지막 사진) 등 파생형으로 민수 시장에 널리 공급되고 있다. 올해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리온에 기반한 관용 헬기 39대 납품 계약을 맺었다.
● 기술 자립으로 민수 확장 나선 ‘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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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9년 프랑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수리온을 공동 개발할 당시, 에어버스 측은 블레이드 기술 이전을 경계했다. 헬기를 하늘에 띄우는 블레이드는 탄소섬유 등 첨단 복합재료로 제작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백승철 KAI 헬기체계해석팀 수석연구원 등 10여 명의 개발진은 블레이드를 100개 단면으로 잘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역설계’에 나섰다. “헬기 핵심 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게 백 수석연구원의 회고다.
● 진화하는 K무인체계, 항공 엔진 개발까지
수리온이 하늘을 개척했다면, 땅과 바다에서는 무인체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다. 현대로템은 4세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화재 진압에 특화한 무인 소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소방청에서 이달부터 현장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해검(Sea Sword)’ 무인수상정은 2015년부터 독자 기술을 축적해 2024년 12월 방위사업청과 399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 2척을 납품할 예정으로, 해양 환경 모니터링, 해양 구조 등 다양한 민수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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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산 기술 자립이 민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무기 수출국’을 넘어 ‘방산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기술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도적인 방위산업 육성이나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