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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임수]JP 모건 회장 “회의 땐 휴대폰 보지 마라”

입력 | 2025-11-11 23:19:00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을 20년 가까이 이끌며 ‘월가의 황제’로 군림해 온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강조하는 스마트폰 사용 철칙이 있다. 일할 때는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꺼두고 문자메시지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오는 문자만 알림을 받도록 설정해 뒀다. 낮에 문자를 보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회의 때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는 것도 다이먼의 원칙이다. “회의 중에는 나와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100% 집중한다”고 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여성 리더십 행사에서도 “회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건 무례하고 시간 낭비”라고 했다. “내 앞에서 이메일을 읽거나 알림을 받는 모습을 보이면 당장 꺼버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습관엔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다이먼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월가 금융회사 중 코로나19로 시작한 재택근무를 가장 먼저 중단한 것도 JP모건이다. 당시 다이먼은 “재택근무를 해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원 간의 유기적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며 사무실 복귀를 지시했다.

▷회의 도중 스마트폰을 보며 ‘딴짓’을 하는 관행이 집중력과 효율성,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의사 결정까지 지연시킨다며 이를 단속하거나 금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회의실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사용하면 벌금을 매기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2022년부터 회의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회의 전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건 기본이고 일부 사업장은 아예 회의실 앞에 스마트폰 보관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취업 플랫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절반 이상(56%)은 회의 중 ‘다른 업무 하기’, ‘메신저나 웹 서핑하기’ 등의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 직급별로는 대리가 7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들도 할 말은 있다. ‘이미 회의 결론이 정해져 있고’(56%), ‘회의 목적이나 결론이 없어서’(53%) 한눈을 판다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업무 지시가 떨어지는 ‘메신저 감옥’에서 일하다 보니 회의 중에도 스마트폰을 놓기 어렵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직장인 못지않게 회의 도중 스마트폰을 보며 딴짓을 하는 이들이 한국의 국회의원이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보좌관 명의의 주식 거래 창을 들락거리거나 딸 결혼식 축의금 명단을 확인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포착됐다. 국정감사 도중 모바일 게임이나 쇼핑을 하다가 걸리는 의원도 부지기수다. 직장인이든 정치인이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러니 회의 때 스마트폰을 꼭 내려놓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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