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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주는 어른이 있다”던 소년… 이제 1만명 중 1명의 ‘리더’

입력 | 2025-11-12 03:00:00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
후원받던 아동이 후원자로
참여활동이 만드는 감동의 선순환




초중고 때 초록우산의 도움을 받았다가 성인이 된 후에 그린리더클럽 후원자가 된 이충현 씨. 초록우산 제공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의 기부자 모임 ‘그린리더클럽’에는 지속 가능한 기부를 상징하는 후원자가 있다. 과거 초록우산의 도움을 받던 아동이 성인이 되어 후원자로 활동하는 이충현 씨(33) 얘기다.

휘닉스파크에서 시설관리 일을 하는 이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도움을 받았다. 어린 시절 나눔이 주는 용기와 응원을 기억하며 보답을 하고자 2019년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기부의 보람을 느끼며 올해 9월 그린리더클럽에도 합류했다”고 했다.

그린리더클럽에 이름을 올렸을 때를 잊지 못한다는 그는 “후원 아동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자립 준비를 하는 청소년을 돕고 싶어 후원 금액을 늘려 그린리더클럽에 합류하게 됐다”며 “어린 시절 제게 초록우산의 지원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며 “저의 기부도 다른 아이들에게 믿음과 응원의 힘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2022년 출범한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은 월 10만 원 이상의 기부를 실천하는 나눔 네트워크다. 단순한 기부 조직을 넘어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에 참여하는 의미 있는 모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초록우산의 최신 집계 기준(2025년 9월)에 따르면 회원은 9884명으로 출범 3년 만에 1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린리더클럽의 성장 배경에는 회원들의 진정한 나눔 경험이 있다.

그린리더클럽의 회원들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아동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참여 활동을 한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회원들은 여러 참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기부금이 만들어 가는 실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초록우산 후원 회원들은 매년 연말 산타가 돼 후원을 받는 청소년들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는 활동에 참여한다. 초록우산 제공

대표적인 활동은 초록우산의 연말 대표 캠페인인 ‘산타원정대’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매해 추운 겨울 회원들이 산타가 돼 ‘학원에 가고 싶어요’ ‘따뜻한 옷을 입고 싶어요’ 같은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고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초록우산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그린리더클럽 회원인 김혁중 전북 익산 서강지역아동센터 대표는 겨울철 손수 붕어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과 함께 매년 산타원정대에 참여한다. 아이들의 산타가 되어 원하는 선물을 직접 전달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의 경험은 다달이 기부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보람이라고 했다. 2018년 기부를 시작한 그는 현재 초록우산 익산후원회 홍보 부회장까지 맡아 주변에 후원을 권유할 정도로 나눔에 진심이다.

그린리더클럽 기부자들의 나눔은 양육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 사회로 나갈 채비를 하는 ‘자립준비청년’, 어린 나이에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보호자를 돌보며 살아가는 ‘가족돌봄아동’ 등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은 “아이들 행복을 위해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기부하며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하는 그린리더클럽 회원들은 우리 사회 나눔 문화를 이끄는 진정한 리더들”이라고 했다. 이어 “후원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행복하지 않은 아동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더 찾아내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나눔의 연대에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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