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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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한국에는 의외의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가발’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프리카는 세계 최대 가발 소비시장 중 하나다. 심한 곱슬머리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여성이 가발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1960, 70년대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황금기를 누렸던 가발 기업들은 이런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고 1980년대부터 활발히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현지인 특성과 미적 취향을 철저히 분석한 한국의 인조모 브랜드는 일찌감치 현지화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도 동아프리카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 가발 기업이 있을 정도다.
이런 소비재 분야뿐 아니라 최근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은 ‘현지 문제해결형 파트너십’ 모델로도 진화 중이다. 서아프리카 베냉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인공지능(AI) 기반 말라리아 진단 솔루션을 제공해 공중보건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의 통일벼를 생산, 보급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씨앗들은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한-아프리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아프리카의 성장 엔진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2025년 4.1%, 2026년 4.4%로 전망했다. 핵심 광물·디지털 금융 등을 통해 퀀텀 점프가 이뤄질 산업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 혁신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의 모바일 머니 사용자가 6억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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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프리카를 ‘잠재 시장’이 아닌 한국의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달 22일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그런 측면에서 절호의 기회다.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이번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경제·외교 분야에서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방증한다. 지금이야말로 아프리카를 전략시장으로 전환하고, 프로젝트·공급망 협력과 K소비재 확산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지속 가능한 진출을 본격화할 시점이다.
산업통상부와 KOTRA는 2025 G20 정상회의와 연계하여 11월 한 달간 남아공, 가나 등 아프리카 5개국에서 다채로운 경제 협력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인프라 프로젝트부터 K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협력과 상생의 씨앗을 심어 아프리카를 진정한 주력 시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