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으로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시술 후 누워 있어야 하나, 걸어야 하나”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남아 있을 때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이 떠오르지만 실제로 척추 치료와 재활에서는 적당한 움직임이 오히려 회복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
시술 직후 두어 시간은 마취 상태와 절개 부위의 출혈, 신경 부종 등을 관찰하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면 병실 복도를 가볍게 걷는 것이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된다. 걷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척추 내부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치료의 연장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척추의 구조와 시술 원리 ‘물 펌프’와 닮았다
척추 구조와 유사하게 중앙 실린더(척추관)와 주둥이(추간공)가 있는 수동 물펌프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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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후 걷기는 ‘순환 펌프’의 재가동 과정
추간공확장술로 추간공 내·외측에 두꺼워지고 유착 물질이 붙어 있는 인대를 절제하는 모습.
걷기 운동은 신경 주위의 순환을 회복시키고 염증 유발 물질 배출을 촉진하는 ‘치료의 연장’이다. 병실 복도를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것이 좋으며 파워 워킹이나 스테퍼 운동처럼 강한 자극을 주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보행 강도와 시간은 통증 정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원칙이다.
염증 유발 물질 배출은 시술 후에도 계속된다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뒤에도 염증 유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술로 1차 세척이 이뤄지지만 염증 유발 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3차례 추가 주사 치료를 통해 완전히 씻어내야 한다.
서울 광혜병원에서는 시술 후 병실 복도에서 환자들이 천천히 걸으며 회복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걷기 자체가 척추 순환을 회복시키고 시술의 효과를 완성하는 ‘치료 과정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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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과 뼈의 손상은 물론 출혈이 거의 없고 대부분 환자가 시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다. 회복 속도가 빠르며 고령자나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도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결국 추간공확장술 이후의 ‘걷기’는 회복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걸어주는 것이 척추의 순환을 되살리고 시술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도움말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