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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융학파 정신분석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하지만 이러한 친밀한 상호작용 뒤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에 과도하게 몰입한 일부 청소년과 성인이 현실감각을 잃거나 망상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 청소년은 우울과 자살 충동을 AI에 털어놓았고 AI가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알려준 뒤 곧 사망한 채 발견됐다. 또 어떤 이는 “AI가 아이디어를 훔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렸고 다른 이는 “AI와 함께 인류를 구할 이론을 세웠다”며 과대망상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AI 정신병(AI Psychosis)’이라 부르며 챗봇과의 과도한 정서적 교류가 망상적 믿음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보고서를 통해 “챗봇은 정확성보다 사용자의 동의와 만족에 최적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편집증적 내용이나 왜곡된 생각을 털어놓아도 반박하기보다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나 정신질환 위험군은 이러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AI가 초인적 지능을 지녔다고 믿거나 잠과 식사를 거르며 AI 대화에 몰두하는 행위는 위험 신호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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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마치며 그에게 “사람과의 소통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알아요. AI가 아부만 하더라고요. 친구 관계를 물어보면 늘 제가 옳대요. 다 믿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냥 아기 보면서 말 상대하는 정도예요.”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