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세계 최대 규모 ‘이집트 대박물관’ 개관, 연면적 49만 ㎡… 축구장 70개 규모 美 CBS “전부 보는 데 70일 걸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등 공개 1992년부터 구상해 33년 만에 완공… 1조4400억 투입 대규모 프로젝트 이집트 관광산업 부흥 신호탄 역할… 로제타석 등 약탈 문화재 환수 기대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이집트 대박물관 제공
‘투탕카멘 컬렉션’부터 ‘태양의 배’까지…. ‘세계 최대’ 이집트 대박물관이 4일(현지 시간) 기자 대피라미드 근처에 문을 열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역사 마니아들을 설레게 할 간판 유물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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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기자의 대피라미드 인근에 세워진 이집트 대박물관(GEM)이 4일(현지 시간)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전면 공개됐다. 이 박물관은 단일 문명에 헌정된 세계 최대의 고고학 시설로 꼽힌다. 이집트 대박물관 제공
● 사상 첫 ‘투탕카멘 컬렉션’ 모두 공개
GEM에 전시되는 이집트 유물은 기원전 3100년 전 초기왕조 시대부터 로마의 속주가 된 이후 시대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유물 수만 10만 점에 이른다. 특히 오늘날 이집트가 “아랍권이나 북아프리카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특별한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뿌리”인 고대 유물이 풍부하게 전시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박물관 중심부 6층 높이 대형 계단(Grand Staircase)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대한 람세스 2세 석상(높이 11.35m)이 관람객을 맞는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상 최초로 전면 공개되는 ‘투탕카멘 컬렉션’.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 전성기로 꼽히는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34년∼기원전 1325년 추정)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 5000여 점을 면적 7500㎡ 전시장에 모았다. 이 컬렉션이 전부 전시되는 건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와 이집트 발굴가 하신 압둘 라술이 무덤을 발굴한 이래 처음이다.
컬렉션의 간판 유물은 투탕카멘 하면 떠오르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이집트의 국보 1호 격으로, 저승의 지배자 ‘오시리스’와 태양신 ‘라’를 본떠 투탕카멘의 얼굴을 표현했다. 황금 11kg과 터키석, 청금석 등 보석류로 다채롭게 장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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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년 전 쿠푸 왕의 ‘태양의 배’도 이번 정식 개관을 통해 4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세계 고대 선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유물로 꼽힌다. 현재 복원된 배는 길이 43m에 무게가 20t에 이른다. 박물관 측은 “파라오가 죽은 뒤 나일강 서편 저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항해에 이 배를 사용할 것으로 고대인들은 믿었다”며 “1950년대 발굴 당시 못질 없이 정교하게 짜맞출 수 있는 1200여 개의 나무 조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파라오 제르의 석비
신왕국 시대 수도였던 테베(현 룩소르) 인근 아사시프 유적에서 발견된 기원전 7세기 채색 관(棺) 31구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발굴 당시 제사장과 귀족의 미라가 담긴 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굴돼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 공사만 20년 “옛 영광 되찾으려는 의지”
서기관 미트리 목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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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호텝의 장례용 배 모형
박물관은 이집트 경제의 핵심 먹거리인 ‘관광산업 부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이후 정치적 혼란 등을 겪으며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이집트 당국은 “GEM이 정식 개관하면 하루 방문객 1만5000명, 연간 500만 명이 카이로를 찾을 것”이라며 GEM에 거는 기대가 엄청나다. GEM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성인 1명당 1450이집트파운드(약 4만4000원)로 책정됐다.
● “로제타석, 이집트로 돌아와야”
덴 데라 보물 컬렉션
이집트 밖에서도 약탈 문화유산 반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 “이집트 학자들은 로제타석 등 고대 이집트의 주요 유물 반환을 영국박물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이 유물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단 주장은 문화 약탈을 ‘문명적 박애’로 포장한, 문화 주권 박탈”이라고 비판했다.
빼앗긴 문화유산을 고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집트도 일부 유물을 돌려받긴 했다. 2021년 각국에 흩어져 있던 문화유산 5300여 점이 이집트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로제타석’(영국박물관)과 ‘덴데라 천궁도’(루브르박물관), ‘네페르티티 흉상’(베를린 신박물관) 등 굵직한 문화유산은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곽민수 소장은 “GEM 개관을 계기로 문화유산 반환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 핵심 유물이 이집트로 옮겨지진 않더라도, 영구 임대나 소유권 이전 등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의 움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