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간헐적 단식, 총칼로리 안 줄이면 건강 개선 효과 無”

입력 | 2025-11-06 12:00:00

독일 연구진, ‘식사 시간제한’보다 ‘총 섭취 열량’이 대사 건강의 핵심이라고 밝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간헐적 단식 가운데 시간제한 식사 (Time-Restricted Eating·TR)은 하루 동안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10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최소 14시간 이상 단식하는 식사법이다. 하루 8시간만 먹고 16시간을 공복으로 유지하는 ‘16:8’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이어트와 혈당 개선,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많은 사람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이지 않고 식사 시간만 제한한다면 기대만큼의 신진대사·심혈관 건강 개선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연구진 “섭취 열량 같다면 대사 지표 변화 없어”
독일 인간영양연구소(DIfE)와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Charité - Universitätsmedizin Berlin)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총 섭취 칼로리가 동일한(isocaloric) 조건에서 식사 시간을 제한해도 인슐린 감수성이나 혈당, 혈중 지질 등 대사 건강 지표에는 변화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크로노패스트(ChronoFast) 연구’의 일환으로, 비만 또는 과체중 여성 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사하는 조기 식사 제한(eTRE) 그룹과,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식사하는 후기 식사 제한(lTRE)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2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식사 시간만 다를 뿐, 총칼로리와 영양 구성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즉 ‘하루 세 끼를 일정 시간대에 먹을 때’와, ‘같은 양을 8시간 안에 몰아서 먹을 때’의 차이를 비교했다는 것이다.

주요 결과: 생체 리듬은 바뀌지만 대사 건강은 그대로
실험 결과, 체중은 조기 식사 제한(eTRE) 그룹에서 평균 1.08㎏, 후기 식사 제한(lTRE) 그룹에서 0.44㎏ 감소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인슐린 감수성, 혈당, 중성지방, 염증 지표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후기 식사 제한(lTRE) 그룹에서는 체내 생체시계(circadian clock) 가 평균 40분 정도 늦춰졌고, 그로 인해 참가자들의 취침·기상 시간도 약 15분가량 뒤로 밀리는 등 생체 리듬 변화가 확인됐다.

샤리테 의대 교수이자 DIfE 분자대사·정밀영양학과장인 올가 라미히(Olga Ramich)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간헐적 단식이 혈당이나 지방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한 것은 대부분 식사 시간제한과 함께 ‘자연스럽게 칼로리가 줄어든’ 경우였다”라며 “이번 연구처럼 칼로리를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에서는 대사적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의 배경: ‘간헐적 단식’ 효과 논란
그동안 동물 실험에서는 식사 시간제한이 체중 증가를 막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도 혈당, 중성지방, 혈압이 개선되고 체지방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은 대부분 총칼로리 섭취량을 정확히 통제하지 않았거나, 참가자들의 식사·수면·활동량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즉, 식사 시간을 줄이면서 ‘먹는 양도 줄어든 것’이 실제 효과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크로노패스트 연구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참가자의 섭취 칼로리·영양소·활동량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에서 실험을 설계했다.

“언제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
라미히 교수는 “간헐적 단식의 건강 효과가 식사 시간 자체보다는 총 섭취 칼로리 감소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들에서 보고된 긍정적 효과는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한 것보다는 섭취 열량 감소나 체중 감량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라미히 교수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더라도, 단순히 시간을 조절하기보다는 총열량과 영양 균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시사점
이번 연구는 “간헐적 단식이 무의미하다”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체중 감량, 대사 및 심혈관 건강 개선 등의 효과를 보려면 단순히 식사 시간만을 조절하는 것보다 ‘총열량 관리’와 ‘균형 잡힌 식사’가 더 중요하다는 점 시사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v678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