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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서 한달새 ‘茶포장지 마약’ 4차례 발견… 해상밀수 비상

입력 | 2025-11-05 03:00:00

총 23㎏, 69억 상당 케타민 확인
포항 해안서도 같은 포장 마약 나와
해경 “밀반입 중 유실 가능성” 수사
“바다에 던져놓고 수거하는 등… 위장 방식 다양해 단속 강화 시급”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해안에서 발견된 마약 케타민 포장 봉지.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1일 제주항 인근 해변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던 시민이 벽돌 모양의 물체를 발견했다. 중국어로 구성된 겉 포장에는 ‘차(茶)’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차 가루는 아닌 듯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물체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내용물은 마약류 케타민 1kg으로 확인됐다. 1회 투여량(0.03g) 기준 약 3만3000명분으로 시가 3억 원에 달한다.

지난 한 달여 사이 제주 해안에서 이 같은 ‘차 봉지 포장 케타민’이 네 차례나 발견돼 해경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같은 형태의 포장 마약이 확인됐고, 취재 결과 태국에서도 동일한 포장 형태의 케타민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 포장지 속에 마약을 숨기는 ‘위장 마약’ 방식이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제주 이어 포항 해안… ‘차 봉지’ 마약 미스터리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9월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케타민 20kg이 들어 있는 포대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 제주시 애월읍(1kg), 31일 조천읍(1kg), 이달 1일 제주항 인근(1kg)에서도 같은 포장 마약이 나왔다. 동해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동일한 포장의 케타민이 발견됐다. 이와 동일한 형태의 케타민은 태국에서도 발견됐고, 케타민 양은 총 50kg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해상박치기’ 수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전 경찰청 마약수사관)는 “조직이 위장 형태로 마약을 바다에 던져 놓고 다른 인원이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거 지점만 공유하면 흔적 없이 대량 유통이 가능하다”며 “최근 이런 수법이 국제 마약 밀매 조직에서 빈번히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해상박치기를 포함해 해양을 통한 마약 유통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압수한 마약류는 총 2357kg이었다. 이 중 코카인이 2347kg으로 99% 이상을 차지했는데, 2021년 35kg이던 코카인은 지난해 612kg으로 17배 이상 늘었다.

다만 해경은 국제 마약 밀반입 조직이 해상 운송 중 마약을 유실했거나, 남쪽 해역에서 운반 중 바다에 떨어져 해류를 타고 국내 해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통상 해상 밀반입 마약은 해수 침투를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밀봉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포장은 비교적 허술해 해상 운송 중 유실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해경 등은 최근 적발된 마약 대부분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경유해 해상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검거한 외국인 마약사범 308명 중 베트남 국적이 122명, 태국 국적이 110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특히 태국은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중 한 곳이다.

● 위장 기술 갈수록 정교… “해상 단속 강화 필요”

문제는 마약 밀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마약밀수 적발 사례를 보면 화이트와인에 필로폰을 녹여 들여오거나, 보드게임 판 내부·슬리퍼 밑창·과자봉지·인형 속에 숨기는 등 위장 수법이 다양했다. 여행용 트렁크 외피나 목제 의자 속 공간에 은닉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해상 단속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탐지 장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는 “위장 마약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는 탐지 장비가 핵심”이라며 “해상 운송 특성상 실시간 대응력이 떨어지면 유입 차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상 제품에 마약을 숨기면 수사기관이 함부로 손상해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장 단속 인력과 장비를 늘려 예방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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