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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렇게 가슴 뛰어본 적 있어?”
―양종현 ‘사람과 고기’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영화 ‘사람과 고기’는 이렇게 고기를 정의한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영화 속 형준(박근형 역)과 우식(장용 역) 그리고 화진(예수정 역)에게 고기는 먼 나라 음식이다. 이들은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살아가거나, 길거리 좌판에서 채소를 팔아 살아가는 독거노인이기 때문이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각각 혼자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폐지 하나로 길거리에서 드잡이를 하게 된 우식과 형준을 화진이 말리면서 관계가 이어진 세 사람은 형준의 집에서 함께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으며 친해진다. 그 고기 맛이 불러온 욕망이었을까. 우식의 주도로 이들은 상습적인 고깃집 무전취식을 시작하는데, 죄책감과 불안감만큼 ‘사는 맛’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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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죽는 법으로 영양실조를 택한 친구의 임종을 지키며 “오늘 안 죽으면 기다려야 하나?”라고 묻는 형준의 농담에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라며 쓸쓸히 웃는 모습은 우리네 노년의 삶에 과연 존엄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존엄을 잃으면 한 덩이의 고기와 뭐가 다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