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불황에 과거 추억하는 이들 늘어… 급변하는 기술 시대에 피로감 느껴 젊은층서 확산되는 ‘아네모이아’… 과거와 미래 현명하게 조화시켜야
과거의 것, 전통적인 것, 오래된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이소에서 선보이는 전통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다이소가 자개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출시한 자개 시리즈 상품들. 다이소 공식 블로그 캡처
#2. 다이소의 전통 시리즈가 연일 화제다. 2023년 조선시대 백자의 정수로 불리는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한글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조기에 완판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자개 시리즈’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고려청자 시리즈’ 제품을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3.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주말에는 보통 1시간 30분 정도 대기해야 주차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올해 관람객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1∼10월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지역 박물관의 주요 문화상품 매출은 재단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300억 원대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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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 ‘뮷즈’(뮤지엄+굿즈)가 젊은층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연일 품절을 일으킨 ‘까치 호랑이 배지’(왼쪽 사진)와 ‘갓 키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런 점이 복고가 유행하는 주요 배경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이유가 추가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과거의 것’에 더욱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를 뜻하는 ‘아네모이아(anemoia)’라는 개념이 있다. 대도시 아파트촌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 시골을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고향의 이미지를 말해 달라고 부탁하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만발한 꽃피는 산골”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아네모이아는 사회가 함께 기억하는 역사적 향수인 셈이다.
노스탤지어 심리학을 연구하는 실존주의 심리학자 클레이 루트리지가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997년 이후 출생한 미국 Z세대 성인 가운데 80%가 “자신들 세대는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60%는 “온라인에 접속하기 전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과몰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고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 탈출의 목적지는 자신들이 경험한 적 없는 시대, 즉 디지털이 세상에 없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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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최신성과 효율성에 대한 반발이면서,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시대에 ‘진짜와 본질’에 대한 숙고가 반영된 트렌드다.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제안하는 동시에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술에 대한 피로감을 헤아려야 한다. 과거와 미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어떻게 현명하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