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곳은 배터리-서버가 한 공간에 비상발전기 설비 부족도 90% 달해… “정전 등 전력선 끊기면 즉시 마비” 시설개선 94곳-이전 29곳 평가 받아 “애초부터 기준 미달… 실질적 개선을”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불이 나 직원이 대피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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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처럼 중요도가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운영하는 공공데이터센터 129곳 가운데 121곳이 비상시 우회 전력을 댈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43곳은 비상전원장치(UPS) 배터리와 서버가 한 공간에 있어 화재에 취약했다. 올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 화재처럼 전산실에서 불이 나면 또다시 국가전산망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29곳 중 121곳 ‘우회 전력 미비’
점검 결과, 전력 공급 이중화가 되지 않은 곳이 121곳(93.8%)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재나 정전이 발생했을 때 전력을 다른 경로로 공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비상 발전기 연료탱크 설비가 부족한 곳도 117곳(90.7%)에 달했다. 이런 상태에선 전력선이 끊기면 즉시 전산망이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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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력 안정성, 화재 대응, 비상전원 설비, 데이터 보호 등 67개 평가 항목에서 129곳의 평균 충족률은 63.3%에 그쳤다. 특히 비상시 전산망 보호를 위한 핵심 설비 항목에서는 다수 시설이 ‘미흡’ 판정을 받았다.
● 1년 넘게 문제 그대로… “애초부터 공간 부족”
행안부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시설 개선 94곳, 이전 29곳 등 보완 조치 계획을 제출받았다. 문제는 1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대다수 데이터센터가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 재점검을 마쳤지만,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 실질적인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재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센터가 협소한 부지나 임차한 건물에 자리를 잡아 좁은 공간에 여러 장비를 몰아넣은 탓이다. 배터리실을 따로 분리할 물리적 여유가 없고, 전원을 두 갈래로 받기 위한 변전소 추가 설치도 불가능한 것이다.
배터리와 서버가 같은 공간에 설치돼 지적됐던 서울 강남구의 한 공공데이터센터 측은 “예산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우리 차원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했다. 마포구의 또 다른 공공데이터센터 담당자도 “국정자원 화재 이후 우리도 대비책을 검토 중이지만 건물 구조 문제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데이터센터의 경우 기존 건물이 전력 단일 공급 구조로 건축된 일반 건물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전력 공급 이중화가 불가능하다. 이 센터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용 건물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데 최소 7년은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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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