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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승 다음날, 9회말 또 구원등판… ‘낭만야구’ WS 찢었다

입력 | 2025-11-03 03:00:00

역대 최고 몸값 투수 야마모토
WS서 야구만화 같은 활약 ‘3승’
다저스 2년 연속 우승 퍼즐 완성
김혜성, 韓야수중 첫 WS 우승반지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운데)가 2일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뒤 ‘윌리 메이스 트로피’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있다. 이틀간 140구를 던진 야마모토는 트로피를 들고 내릴 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토론토=AP 뉴시스

2025 월드시리즈(7전 4승제)에서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만한 ‘낭만 야구’가 펼쳐졌다. 하루 전 선발승을 따낸 투수가 9회말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우승을 이끈 것이다. 주인공은 ‘야구 역사상 몸값이 가장 비싼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LA 다저스)다.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다저스는 야마모토의 활약에 힘입어 2년 연속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챔피언에 올랐다. 다저스는 2일 토론토 방문경기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5-4 역전승을 거두고 2025 MLB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야마모토는 이날 4-4 동점이던 9회말 주자 1, 2루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6차전에서 96구를 뿌리며 6이닝 1실점 투구로 팀의 3-1 승리 발판을 놓은 투수가 하루도 쉬지 않고 다시 등판한 것이다. 야마모토는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면서 2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포수 윌 스미스(30)가 연장 11회초 승부의 균형을 깨는 1점 홈런을 치면서 야마모토는 6차전에 이어 7차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됐다. 월드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최종전 연장 승부에서 홈런을 날린 스미스는 “9회에 마운드에 올라가 ‘딱 1이닝만 더 막아주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는데 거의 3이닝을 책임져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월드시리즈 6, 7차전에서 연속 승리를 차지한 투수가 나온 건 2001년 랜디 존슨(62·당시 애리조나) 이후 24년 만이다. 야마모토는 올해 2차전에서도 9이닝 1실점 완투승 따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뒀다. 같은 해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것 역시 2001년 존슨 이후 24년 만이다. 월드시리즈 3승을 전부 방문경기에서 따낸 건 야마모토가 처음이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야마모토는 “솔직히 (구원 등판을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불펜으로 갈 때는 마운드에서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며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야구를 처음 시작한 소년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굉장히 설렜다.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선수가 월드시리즈 MVP로 뽑힌 건 2009년 마쓰이 히데키(51·당시 뉴욕 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야마모토는 2023시즌 종료 후 MLB 투수 역대 최고액인 3억2500만 달러(약 4651억 원)에 12년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입단했는데 시즌 내내 돈 값을 제대로 해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실제로 이날 선발 투수였던 오타니 쇼헤이(31)를 비롯해 타일러 글래스노(32), 블레이크 스넬(33)에 이어 야마모토까지 이번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했던 투수를 모두 투입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이런 마운드 운용이 나온 건 1945년 6차전 당시 시카고 컵스 이후 80년 만이다. 로버츠 감독은 6차전에서도 마무리 투수 사사키 로키(24)가 흔들리자 당초 7차전 선발로 예고했던 글래스노를 마운드에 올려 불을 껐다.

다저스가 올해도 우승하면서 MLB는 25년 만에 2연패 팀을 배출하게 됐다. 뉴욕 양키스가 1998∼2000년 3연패를 차지한 뒤로는 월드시리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이 없었다. 25년 동안 2연패 팀이 나오지 않은 건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를 통틀어 최장 기록이었다.

6차전까지 벤치를 지켰던 김혜성(26)도 이날 연장 11회 때 2루수 대수비로 나와 그라운드 위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김혜성은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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