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완도 어가와 40년 동행 ‘너구리’ 상징 다시마 조달 공급망 확보-지역경제 기여 두 마리 토끼 잡은 CSV 사례
전남 완도군 완도금일수협 다시마 위판장에서 다시마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농심 제공
‘국민 라면’ 너구리를 상징하는 건 단연 큼직한 다시마 조각이다. 포장지를 열면 대번에 마주할 수 있는 너구리의 얼굴과도 같은 재료다. 바싹 말린 상태에서도 은은한 바다 향을 풍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끓는 물 속에선 다른 라면과 확연히 구분되는 진한 해물 우동의 맛을 완성한다. ‘다시마 빠진 너구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연히 다시마가 2개 들어간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행운의 너구리’로 불릴 정도다. 1982년 출시 이래 다시마는 이렇게 너구리의 핵심 정체성 역할을 해왔다.
전남 완도군 금일도의 한 어민이 농심의 대표 상품 ‘너구리’에 들어갈 다시마를 채취하고 있다. 농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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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국내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품질 좋은 핵심 원재료를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Sustainable Supply Chain)을 구축해 왔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구조다.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CSV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적 필요와 도전을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 또한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본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주로 자선 활동이나 환경 보호에 주안점을 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투자자의 시각이 크게 반영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농심의 사례는 포터와 크레이머가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 방법 가운데 △가치사슬 내 생산성 재정의 △지역 클러스터 개발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올해 5월 전남 완도군 해변공원에서 열린 ‘2025 장보고 수산물 축제’에서 농심이 마련한 ‘너구리 라면가게’ 행사장이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농심 제공
이는 자연스럽게 ‘가치사슬 내 생산성의 재정의’로도 이어진다. 다시마 어가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생산 역량이 높아지면, 원재료의 품질은 향상되고 공급 중단 리스크도 줄어든다. 생산자와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장기적인 조달 비용의 예측력 또한 높아진다. 상생을 지향하는 농심의 방침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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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청년 지원사업 전개
농심은 다시마 어가와의 동행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CSV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함께하는 청년 농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농심이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시작한 귀농 청년 지원 사업이다.
올해로 5년째 운영 중이며, 올해 3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실었다. 매년 10명의 청년 농부를 선발해 파종 전 선급금을 지급하고, 계약 재배를 통해 수확 후 감자를 넘겨받는다.
사들인 감자는 농심의 대표 스낵 ‘수미칩’과 ‘포테토칩’ 생산에 쓴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공급처 덕분에 농사에 집중할 수 있고, 농심은 제품 생산 규격에 맞는 감자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농심이 구매한 감자는 1210t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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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