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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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와 협력해 업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AI를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적용해 개발·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생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25년 전 엔비디아의 첫 그래픽카드 ‘지포스(GeForce)’에 삼성전자가 D램을 공급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로 협력 범위를 넓혀온 두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와 AI 융합 생태계를 아우르는 ‘AI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를 확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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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엔비디아 GPU 5만 개 이상을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활용해 공정 전체를 디지털 트윈 환경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Intelligent Manufacturing Platform)은 생산 데이터 전 주기를 AI가 스스로 분석·예측·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설계·공정·장비·품질 등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공정 이상을 사전 감지해 자동 보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사람이 제어하던 라인을 AI가 판단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자율형 반도체 공장’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쿠리소(cuLitho)’와 ‘쿠다-X(CUDA-X)’를 도입해 미세회로 설계 왜곡을 실시간으로 보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를 기존 대비 20배 향상시켰으며 설계 정확도와 생산 속도도 개선됐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옴니버스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설비 이상 감지, 생산 일정 최적화 등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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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HBM3E를 공급 중이며 HBM4는 요청 고객사 전원에 샘플 출하를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HBM4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라면서 “고성능 그래픽 D램(GDDR7)과 차세대 저전력 모듈(SOCAMM2)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 혁신을 국내외 주요 생산거점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한국 평택을 비롯해 미국 테일러(Taylor) 등 글로벌 라인에 AI 팩토리를 적용해 공급망 전체의 지능화·효율화를 추진한다.
동시에 국내 팹리스, 소재, 장비, EDA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소 협력업체의 스마트공장화를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응용 분야 협력도 병행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 상에서 메가트론(Megatron)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자체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고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과 젯슨 토르(Jetson Thor) 플랫폼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율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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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용 D램 공급을 시작으로 25년 이상 파운드리 등 전 부문에서 기술 협력을 이어왔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양사 협력의 결실로 업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 구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