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고문을 당한 윤동일 씨가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백의 임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의 무죄 구형을 받아들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고(故) 윤동일 씨가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윤 씨의 재심 공판에서 “당시 자백은 고문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는 실제 범인 이춘재(56)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 “19살에 체포돼 고문… 허위 자백 강요”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고문을 당한 윤동일 씨가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백의 임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의 무죄 구형을 받아들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동일 씨는 1990년 11월,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19살의 나이에 불법 연행됐다. 수사기관은 그에게 폭행과 수면 박탈 등 가혹행위를 하며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당시 DNA 검사 결과 윤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수사기관은 비슷한 시기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으로 방향을 바꿔 그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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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1991년 수원지법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러나 경찰의 감시와 미행은 이어졌고, 그는 석방 10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투병 끝에 1997년 9월 세상을 떠났다.
● “적법 절차 위반… 자백 신빙성 없다”
피의자 이춘재 과거와 현재 모습. ⓒ 뉴시스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자백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된 이상,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윤 씨의 무죄를 구형했다.
또 “수사기관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34년 만에 윤 씨의 억울함을 풀었다.
다만 당시 수사관들의 불법 체포와 고문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