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동차 관세 25% →15%로 인하… 반도체는 ‘대만수준’ 적용

입력 | 2025-10-30 03:00:00

[경주 APEC] 한미, 관세율 인하 합의
車업계 月5000억원 수출피해 탈출, 日과 같은 15%… FTA때보단 불리
대미투자 법안 통과돼야 관세 인하, 내달 1일 시행 유력… 12월 될수도
반도체, 최혜국 아니지만 최악 면해



경주박물관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 ‘피스메이커’ 역할을 정말 잘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특별한 유대를 맺어왔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 유대는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나와 함께하는 지금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합의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으로 수출 시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지게 됐다.

또 다른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로 합의됐다. 7월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합의에선 한발 물러선 조치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日-EU처럼…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

자동차 관세율 인하 적용 시점은 11월 1일이 유력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하 시점은 미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최종 문서화 작업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면서도 “유럽연합(EU)은 의회에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았는데, 우리도 EU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대미 투자) 법이 제정돼야 한다”면서 “그 법안이 마련되면 우리는 11월 중순쯤 법안을 제출하고, 제출 사실을 미국에 알릴 것”이라며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의 국회 제출이 12월로 넘어가면 인하 시점이 12월 1일로 밀릴 수도 있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짐에 따라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피해를 봐왔던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상호관세는 올해 7월 말 한미 무역합의 직후부터 15%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이 앞서 경쟁국인 일본, EU와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면서 우리 기업은 경쟁사들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감수하던 상황이었다.

미국이 품목관세를 매기기 전에는 일본이나 EU 자동차 대미 관세는 2.5%,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였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이 12.5%가 돼야 과거와 같은 경쟁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간 수출 피해가 막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일본 EU 수준으로 내려간 것만으로도 우선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23억8000만 달러로 3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반도체는 ‘대만 수준’,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다른 품목들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 목재 제품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대만은 한국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으로 묶여 있는 협업 관계이면서도 파운드리 반도체 최대 경쟁국이다. 미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해외 기업의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가 아닌 ‘대만 수준’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7월 한미 관세합의 당시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일본 등은 미국과 반도체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약속받았다. 향후 일본이나 EU 대비 불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올해 6월부터 부과된 철강 관세도 50%로 유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무역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돼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후속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