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또 다른 극단에는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평가들이 존재한다. “이 세상 최고의 행복은 결혼의 행복이다.” “가정에서 행복한 것이야말로 모든 야망의 궁극적 결실이다.” “결혼은 우리가 성숙해질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평가가 양극단으로 갈리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겠지만, 1970년 이후 한국에서는 이혼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율은 한 해 동안 특정 국가의 이혼 건수를 결혼 건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한 값이다. 이러한 이혼율은 ‘결혼한 사람 가운데 이혼을 선택한 비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 국가에서 특정 기간 결혼을 선택한 사람 수와 이혼을 선택한 사람 수를 비교함으로써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한 양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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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이혼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42% 수준의 이혼율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2019년에 발표된 유럽의 이혼율 자료에 따르면 유럽 22개국의 평균 이혼율도 약 42%였다.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이혼율은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1970년 미국의 이혼율은 약 33%였다. 하지만 2000년대의 평균 이혼율은 약 50%다. 미국 역시 30여 년 새 이혼율이 증가했지만 비슷한 기간 동안 한국의 이혼율이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작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1970년 한국의 이혼율이 4%에 불과했던 것은 당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결혼 생활이 불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참아왔던 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였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이혼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무작정 참고서 살아갔던 사람들보다 과감하게 이혼하고서 새출발을 통해 좋은 가정을 꾸렸던 사람들이 노년기에 더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어느 기자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에게 결혼에 세 번 실패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응수했다. “실례지만, 저는 결혼을 세 번 했을지라도 그 어떤 것도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삶에서 결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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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